<줄거리>
덩치가 너무 커 ‘빅 마이크’라고 불리는 흑인 소년 마이클 오어. 마약중독인 어머니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뿔뿔히 흩어진 형제들. 그는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추수감사절 전날 밤. 차가운 날씨에 셔츠 차림으로 체육관을 향하던 그는 우연히 앤의 가족과 마주친다. 앤은 하룻밤만 재워주기로 하는데.
올 아카데미상은 히로인으로 샌드라 블록을 지목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 그녀에게 오스카상을 안긴 영화가 ‘블라인드 사이드’다. 영화는 미식축구 스타 마이클 오어의 성공담. 블록은 잠 잘 곳 없이 떠돌며 세상과 문을 닫았던 마이클을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주는 따뜻한 인물을 연기했다.
하지만 마냥 천사 같은 인물은 아니다. 약간은 냉소적이기도 하고, 나름의 성깔도 있다. 백인 상류층 특유의 고상함도 있고,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하는 이중적인 캐릭터다. 40대 중반에 이른 샌드라 블록은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쌓은 관록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를 잘 조화시켰다. 아카데미의 선택이 훌륭했다는 데 한 표 던진다.
영화는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뉴욕 자이언츠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1996년 11월18일 경기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날 경기에서 전설적인 쿼터백 조 사이즈먼은 로렌스 테일러의 태클에 부상을 입고 실려 나간다. 이후 레프트 태클은 쿼터백 다음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포지션이 된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현재 볼티모어 레이븐스 팀에서 뛰고 있는 마이클 오어의 포지션도 레프트 태클이다. 영화 제목인 ‘블라인드 사이드’는 쿼터백이 보지 못하는 시야의 사각지대를 일컫는 말. 레프트 태클은 쿼터백을 보호하기 위해 블라인드 사이드를 잘 확인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누군가가 잘 보지 못하는 시야의 사각지대를 대신해서 봐줄 수 있는 똑똑한 눈을, 따뜻한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다.
인간의 보편적 감성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이야기다. ‘희망은 높고 냉소는 가슴 아래에 있다’는 말처럼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의 마이클에게 누구하나 선뜻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피부색이 다르고,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따돌림을 당한다. 하지만 영화엔 원망도 없고 과거에 연연하는 회한도 없다. 가족과 팀을 지키기 위한 한 남자의 숭고한 열정과 그런 남자를 가족처럼 소중히 생각하는 한 여인이 전면에 내세워진다. 잔잔한 감동에 그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존 리 핸콕 감독은 관객 눈물을 쏙 빼놓는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나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지는 미지수. 미국에선 2억5000만 달러가 넘는 극장 수익을 기록했지만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300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샌드라 블록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도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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