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찬]탈근대사회와 우뇌형 인간의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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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탈근대사회와 우뇌형 인간의 수요

[중도춘추]장수찬 목원대 교수

  • 승인 2010-04-15 14:14
  • 신문게재 2010-04-16 20면
  • 장수찬 목원대 교수장수찬 목원대 교수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해리포터의 저자 J K 롤링, 영화 'E·T'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컴퓨터 회사인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이들은 우뇌형(右腦型) 인간일까 좌뇌형(左腦型) 인간일까? 이들은 대표적인 우뇌형 인간들이다.

▲ 장수찬 목원대 교수
▲ 장수찬 목원대 교수
우뇌형의 인간들의 특징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뛰어나 자전거로 하늘을 나는 것을 꿈꾸거나, 외계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기존 질서와 낡은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여행길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다. 또 이들은 감정이입이 뛰어나기 때문에 타인의 입장에 동질감을 느끼고 흐느끼거나 분노할 줄 알고, 슬픈 영화를 보면 제일먼저 눈물을 훔친다. 물론 아름다운 비너스를 보면 첫눈에 반하는 로맨티스트들이다.

한국사회 교육시스템은 우뇌형 인간들을 학교 부적응자, 반항아 혹은 역천자(逆天子)로 낙인찍어 학교제도에서 소외시키거나 심지어 퇴출해 왔다. 한국 교육시스템은 논리적-수학적 지능(number smart) 혹은 언어 지능(word smart)을 가진 학생들만을 우대해왔다. 공간지능(picture smart), 운동지능(body smart), 음악지능(music smart), 대인관계지능(people smart), 자연주의 지능(nature smart), 자의식 지능(self smart)이 뛰어난 학생들을 무시해왔다.

우뇌형 인간들은 암기식 교육과 사지선다형 질문에 부적합자들이다. 이들은 지적 잠재력은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project-centered studies)에서 빛난다. 아니면 문제 중심적 학습방식 (problem-based learning)에서 자신들 만의 결론에 도출하여 선생을 놀라게 한다. '해리포터'는 우뇌형 인간과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추구하는 영국교육 시스템의 합작물이다.

유교주의 전통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한국사회는 좌뇌형 인간들을 순천자(順天子)라고 하여 사회적으로 숭배해 왔다. 좌뇌형의 인간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기존 질서, 습관을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선생이 시키는 대로 순응하여 한국 교육 시스템의 생존자들이 될 수 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논리적이어서 수학이나 과학에 두각을 나타낸다. 책상에 붙어 앉아 외우고, 반복하고, 연습하는 '책상 붙박이'들이다.

한국교육 시스템은 모든 학생들을 좌뇌형으로 보고 반복학습, 통제, 그리고 강제성을 동원해 많은 교육적 성과를 이루었다. 2007년 국제교육성취도 평가협회가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 결과, 한국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세계 2위, 과학 성취도는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주도의 재래식 산업화 과정에서 좌뇌형 중심 교육 전략은 틀리지 않았다.

압축 산업화 과정의 지배적인 생산양식인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한국 교육시스템은 좌뇌형 노동력을 대량생산하는 기지로서 기능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재래식 산업화 기간 동안의 기술 발전 단계를 고려하면 좌뇌형 노동력의 대량생산은 시의 적절하고 적합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좌뇌형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재고할 시기가 되었다. 한국은 지식기반 산업화 단계 혹은 탈근대사회로 진화해 가고 있다. 그리고 산업화 시대와 달리 중심 산업들이 선진 산업사회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는 위치에 있지 않고, 오히려 리드해야 될 위치에 있다.

따라서 탈근대 산업화 단계에서 개인의 자발성, 창발성, 상상력 등이 뛰어난 우뇌형 인간들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교육시스템은 좌뇌형 인간들에게 맞춰져 있다. 2007년 국제교육성취도 평가협회가 실시한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즐거움은 50개 조사대상국 중에서 43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프로젝트 중심 학습 혹은 문제 중심적 학습을 통해 우뇌형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필요가 있고, 사회는 이들에게 학습의 즐거움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학생들의 두뇌 혹은 잠재적 능력을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학부모, 교육자, 교실, 학교, 그리고 교육청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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