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1980년대 필자가 일본에서 유학을 할 시기에 일본사람들이 '영국병이니 '네덜란드병'이니 하면서 서유럽국가들의 비효율성을 비웃으면서 일본인은 근면하고 세계제일의 저축률을 자랑하는 국민이라 일본은 이런 병들과는 거리가 먼 국가처럼 믿었고 세계학자들도 일본은 그렇지 않을 것 이라고 믿었다.
일본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말까지 지속된 호황 즉, 진무, 이와토, 이자나기 경기 등으로 이어지면서 고도성장기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 열도개조론 등에 힘입어 '지방 분배방식'으로 이어졌다.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모든 현에는 공항과 댐, 도로, 교량이 우후죽순처럼 건설되었으며 세계가 부러워 할 만한 의료보험과 노인간호제도, 연금제도도 정비됐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이런 체제가 유지됐다. 그러나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20년 가까이 불황이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일본항공(JAL)의 법정관리 신청과 도요타리콜을 예로 들 수 있다. 도요타가 일본 내부의 문제와 국제문제를 모두 함축한 것이라면, 일본항공의 법정관리 신청은 일본 사회의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고도성장으로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일본이 최고라는 자만과 폐쇄병 때문에 일본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주는데도 가장 인색했고 재일교포들이 가장 큰 희생자이지만 그 외의 국가외국인들에 대한 박대도 심했다. 그리고 일본은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연구자들은 외국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하버드나 예일, 스탠퍼드보다는 일본의 국내 대학의 박사들만 우대하고 외국 박사는 우습게 여겼고 단지 1년이나 2년정도의 연수를 통하면 미국이나 영국의 전문가가 되었던 것이다. 작년필자가 게이오대학의 교환교수로 가면서 느낀 점은 일본의 명문 대학에는 외국 박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일본이 세계화를 무시하고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는 것이 일본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겠다.
일본경제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약 1%의 성장률을 보이다가 최근 들어서는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지출을 늘려 왔으나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오히려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900%를 넘어섰다, 이는 OECD 국가 중 제일 높은 수준이다.
일본경제는 현재 금융부문에서는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내부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리고 2009년 일본기업의 도산건수는 약1만6000건과 5.7%의 실업률로 서민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하겠다. 일본이 자랑하던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도 점차 떨어져 국가경쟁력 조사에 의하면, 일본은 1990년 세계 3위에서 1998년에는 16위로, 2007년 24위로 하락한 것을 보면 일본이 20년사이에 뒷걸음치고 있음이 여러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병은 일본이 세계경제대국으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면서 자만에 의해 나타난 병이다. 이병은 글로벌화에 역행하거나 조그만 경제적 성공에 안주하면 등장하는 것이므로 우리도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고 전염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인구증가와 실업률증가, 도산기업증가율 등 거의 비슷한 현상이 보여지고 있다. 일본병을 보고 우리를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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