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수]다시 교육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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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수]다시 교육을 생각한다

[목요세평]전우수 공주교육대 총장

  • 승인 2010-04-14 14:35
  • 신문게재 2010-04-15 20면
  • 전우수 공주교육대 총장전우수 공주교육대 총장
지난 11일 연합뉴스는, 울산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여 학부모들에게 “지방에 있는 학생은 수능 실력으로 명문대학에 가기 어려우니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비하는 것이 좋은데, 아이들은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니, 학부모가 부지런히 자원봉사 활동을 많이 해, 자녀 이름으로 자원봉사 활동실적 확인서를 많이 내달라고 강조하였고” 또 “다른 지역 고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울산만 정상적으로 학생이 봉사활동을 한다면 다른 지역 학생과 비교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 했다고 보도하였다.

▲ 전우수 공주교육대 총장
▲ 전우수 공주교육대 총장
우리의 교육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가 자원봉사활동을 한 다음에 자녀 이름으로 허위 자원봉사 활동실적 확인서를 발급받고, 사회복지 기관에서는 “부모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서 관행으로 그렇게 해 왔다고 한다.

제자와 자녀에게 앞장서서 거짓을 가르치면서 그 아이가 진정한 인재가 되기를 바라시는가? 그 무엇보다도 이런 비교육적 발상을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요구한다니, 어이가 없다. 그렇게 하여 명문대학에 간 학생이 장래에 성공할까? 나머지 인생도 편법과 불법으로 살려고 하지 않을까? 당장 눈앞의 이익에 홀려 학생과 자녀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망치는 일에 선생님들과 부모가 앞장선다니 믿을 수가 없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다른 지역 고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니, 이런 일들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란 말인가? 대한민국의 교육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 자괴감을 금할 길 없다.

국민들의 교육열에 힘입어 50여년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나친 교육열은 오히려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비의 과다한 증가로 이어져 사교육 망국론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학업성취도 1위, 공교육 효율 1위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업 성취도에서 학교 간 격차와 학생 간 격차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은 나라이다. 핀란드에는 사교육이 없으며 영어로 가정교사(tutor)에 해당하는 단어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tukiopetus'라는 제도가 있는데(우리나라에는 이런 제도가 없어 번역에 적절한 용어가 없다), 이 제도는 다음과 같다. 'tukiopetus'는 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는 경우에 이루어지는데, 일반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된다. 대상학생은 해당교과 수업시간에 별도의 교실에서, 일반학급에 복귀하여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때까지 특수교사로부터 지도를 받는다. 이런 제도를 통하여 핀란드는 교육에서 수월성과 평등성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룬 교육 모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벼를 너무 촘촘하게 심으면 햇빛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따라서 키만 크게 자라게 된다. 당연히 열매는 부실하게 되고,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모두 넘어져 농사를 망치게 된다. 듬성듬성 심어 통풍이 원활하고 햇빛을 잘 받으면 병충해에도 강하고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아이가 사교육 받는데 내 아이가 받지 않으면 뒤지니까, 다른 아이가 50만원짜리 사교육 받으면 나의 아이에겐 60만원짜리를, 다른 지역에서 학생 대신 부모가 자원봉사 하니까 우리학교에서도…. 이런 식으로 경쟁하는 것은 벼를 촘촘하게 심는 것과 같은 바보스러운 짓인데도, 우리 모두 멈추지 못하고 있다.

나의 아이만 손해 보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비생산적인 경쟁을 계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이런식의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의존하는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창의성 향상과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어 교육하고,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학생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는데 두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이여, 학부모님들이여! 우리의 학생들을 제발 비열한 승자로 만들려 하지 맙시다. 우리의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경쟁하며 훌륭하게 자라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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