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광석 천안 천남중 교사 |
한 반을 교과성적으로 70%와 30%로 나누어 장영실반과 정약용반으로 명명하였다. 내가 수업을 맡게 된 반은 성적이 부진한 정약용반이며 학생수는 9명이었다. 우선 나는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부여할 눈높이 수업진행에 대해 고민하였다. 인터넷과 각종 정보지, 효율성을 높이는 수업진행에 관한 논문들을 두루 살펴보며, 네 가지의 결론을 얻었다.
첫째, 가장 가까운 교과서 중심으로 하자.
둘째, 일상생활 문제 중심으로 흥미를 이끌자.
셋째, 학습의 마무리에 핵심 내용을 정리해 주자.
넷째, 과학과의 장점인 실험·실습, 토론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배양시키자.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마친 나는 수준별 첫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 수업을 진행하면서 물음을 주니 학생들은 동면에 들어간 개구리마냥 고개만 떨구고 있을 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차’하는 마음에 내 질문을 되짚어 보았다. 폐쇄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지시적인 질문이었다. 좀 더 흥미롭고 일상에서 경험했을 예로 변형하여 다시 물었다.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 수업이었다면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을 아이들이 툭툭 뱉어낸다. 아이들이 적다보니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답할 동안 기다려준 것뿐이었다. 아이들이 답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목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온몸으로 거대한 전율의 기운을 느껴야만 했다. 아이들 또한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오히려 스스로의 변화에 놀라는 듯했다. 그렇게 정열적인 첫 수업을 마치고 나는 심한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가능한 모두에게 관심을 쏟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아닌가. 시선접촉 하나만으로도 달라지고 밝아지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약간의 환경만 변했을 뿐인데 지난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이들이 성장하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수준별 수업은 학생들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학생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느끼고 알게 해 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신감을 보이며 수업에 열정을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모든 학생들을 가능성의 대상으로 삼고 관심 있게 지켜 보아야한다는 관점의 변화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는 야생화처럼 교사의 관심과 사랑은 우리 아이들을 더욱 예쁘고 사랑스런 꽃으로 보게 한다. 초목의 자람이 소리 없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듯 우리 아이들도 꿈을 먹으며 날마다 새롭게 변화되어 자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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