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병안 시청팀 |
하지만, 역사에 남고 대대로 사용될 행정동 명칭에 거리낌 없이 외래어를 포함해 짓겠다는 걸 보면 왠지 걱정이 앞선다. 동네 이름처럼 친숙히 사용하고 역사에 남으며 '관평테크노'처럼 외래어가 들어가는 것은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테크노'는 국어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외래어이고 국가와 지자체는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어기본법은 더는 논란에 끼어들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하찮게 보던 '관평동', '구즉동', '탑립동'에 어떤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결정을 앞두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00여 년 전 9개 성씨 부족의 사람들이 처음 정착해 '구족(九族)리'로 불렸다는 구즉동.
지역에 찰방(관청)이 있었고 이곳 관청에서 관리하는 넓은 들에 마을이 들어섰다는 의미를 담아 '관뜰'로 불렸던 관평동. 그리고 동네 어귀에 높게 솟은 돌탑이 있었고 그 석탑을 제단 삼아 지역주민들이 건강과 안녕을 기원해 탑립으로 불렸다는 탑립동의 역사적 의미는 과연 후세에 더 전해질 수 있을까?
뿌리없는 동명칭을 지어 덕을 볼 주민은 10년 내 집을 팔고 나갈 사람일 뿐 이곳에서 대대로 살아왔고 50년 후에도 남아있을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움만 남게 될지 모른다는 향토사학자의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유성구의회가 오늘 임시회를 통해 '관평테크노동'의 행정동 명칭을 결정하게 된다. 이곳 주민들도 '관평테크노'에 모두 공감할 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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