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블랙독』(매튜 존스톤 글·그림, 표진인 옮김/지식의 날개)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처럼 ‘우울증’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과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작가는 오랜 세월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우울증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고 그렸다. 그래서 의사나 심리상담가와 같은 전문인은 아니지만, 우울증의 실체와 극복 방법에 대해 매우 사실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블랙 독(Black Dog)이란 용어는 영국의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이 평생 안고 살았던 지독한 우울증을 이렇게 부른 것을 계기로,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우울증을 뜻하는 애칭으로 쓰이고 있다.
모든 장마다 주인공인 ‘나’를 따라다니는 블랙 독의 그림이 등장하는데 어떤 때는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오기도 하고, 거울에 비춰질 때도 있으며, 머릿속에 앉아있기도 한다. ‘나’는 블랙 독을 키우는 걸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나’를 감추고 힘들게 남을 대해야만 한다.
블랙 독은 부정적인 말만 하게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누워 사랑의 감정을 앗아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녀석은 점점 커져만 가서 ‘나’를 앞발로 눌러 ‘나’는 번번이 지고 만다. ‘나’는 커다란 파도 위 구멍 난 보트에 블랙독과 함께 탄 채 완벽하게 고립되어 갔고, 녀석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을 때에야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나’는 녀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서는 녀석을 길들일 수 있는 꾀를 터득하게 되는데, 적당한 휴식과 마음의 안정, 걷기나 달리기, 기분 기록표 작성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지금은 적절한 대응을 하면 녀석은 결코 따라붙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마침내 블랙 독을 껴안을 수 있게 되고, 작아진 녀석을 줄에 묶고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책장을 덮을 때쯤 누구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블랙 독’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배우고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각 장의 그림은 상황과 심리를 보여주기에 적절하고, 설명 글은 간결하다. 이렇게 얇은 그림책 한 권으로 우울증에 대한 설명과 치유가 얼마나 가능할지 의아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을 앓는 가까운 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상대방이 끝내 읽지 않았었다. 그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책을 읽을 만한 의욕이나 힘도 없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꼭 우울증에 걸린 사람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가끔씩 찾아오는 무기력증,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는 데 적용해도 좋겠다.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나고 시작한다. 녀석이 내 인생의 일부로 영원히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내심과 유머감각, 지식과 분명한 원칙이 있다면 그 어떤 지독한 블랙독도 길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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