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창]소품전과 한권의 책에 대해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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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창]소품전과 한권의 책에 대해 고함

  • 승인 2010-04-13 17:33
  • 신문게재 2010-04-14 10면
  • 박재홍 시인박재홍 시인
새벽 함바/ 타당타당 함석지붕 때리는 빗소리/ 오늘은 쉬어도 좋으려나 [대마치 연가]라는 최근에 창비에서 출간된 송경동 시집의 싯구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창밖이 꾸물거리다 빗소리에 하루가 젖는다.

15년이 넘은 인연이라 그런지 철마다 피고 지는 꽃잎처럼 의식의 저 밑동에는 뜨거운 그리움이 수렴 저장 되어 휴화산처럼 잠들어있다. 삶의 변화를 거부하는 원시적 자아와 태고적 심성이 그대로 담담하게 살아 숨 쉬는 포장되지 않는 공간의 조형의 미학을 보여주는 석헌 임재우 선생님의 작품전이 시작되고 있다.

무수정이라는 당호가 걸린 대흥동의 서실에서부터 만년동의 석헌묵경처의 당호까지의 삶속에는 단 한순간도 게으르지 않는 자연에 대한 천착이 작품에 늘 배어든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신 분이시다. 가지런한 서실과 직접 다듬고 손질하여 정이 배인 분재와 석창포는 늘 익숙하다. 뿐인가 토종 수선화를 찾아 수십 번을 중교통다리를 찾아 이제는 그 일대에서 모르는 분이 없다. 어김없이 철마다 그곳을 들려 찾아 들고 온 수선화는 선생님과 오버랩된다.그리고 서책과 벼루 그리고 수선화가 그려진 그림 한 폭의 완성은 이미 그림이 아니라 마음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하는 인장을 새기는 모습은 화산석에 석창포를 앉히듯 하고 완성된 작품은 고법에 진솔함이 배어난다. 점심이면 드시는 매운 음식들은 이미 십 수 년을 함께한 우리의 입맛도 많이 변화를 겪는다.

해년 마다 서실 어른들과 회원들을 모시고 댁에서 여는 점심 한 끼의 즐거움은 회원이면 누구나 안다. 書藝界에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있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로 등용되기 위해 갖추어야 했던 네 가지 조건 곧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에서 문필은 가장 기본으로 닦아야 하는 수행과정이다.

예지력과 심성의 조화를 강조하시는 선생님은 이번 소품전을 통해 지역에 대한 마음을 내어놓으시고 작년에 시립미술관 초대전을 통한 지역민들의 사랑에 대한 감사함의 배려라고 하신다는 전언이다. 스승이신 석봉 고봉주 선생의 나이만큼 살아온 날수에 대한 모습 속에서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시는 모습에서 지역의 어른으로 거듭나는 담박한 모습의 선생의 어눌한 사투리에서서 풍기는 마음처럼 소품 전에 대한 생각은 필자의 외람된 생각에 반추하여 보면 지역의 예술인들에게 혹은 충청 서단의 새로운 모습의 이정표가 아닌가 싶다. 뿐만이 아니다. 이렇듯 한사람의 작가의 삶의 모습의 반추는 새로운 예술의 전형으로 전이되는 모습들이 생긴다.

 비근한 예로 최근에 이 지역 출신의 아동문학가 이봉직 시인이 동시집을 한권 들고 나왔다. 대전문인협회회장님 초대로 점심을 하게 되었는데 시집에 서명을 하며 하는 말이 시집 한권에 15년의 절을 다니는 순례를 통해 작품집이 이루어 졌단다. 절 마당에서 혹은 가는 도중에 만난 아이들과의 대화를 여며 마음에 품고 돌아와 수 도 없는 씨름을 하며 세상에서 가장 쉬운 말로 표현하고 싶었단다. 단순한 어법의 그의 표현과 말 하나가 행동으로 전이되는 순간 필자는 어쩌면 세상에는 통용되지 않는 순수함이 묻어나는 그의 모습에서는 하나의 진실이 각인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필자는 충청인 에게 고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관람자들이여 작품을 감상하지 말아 주십시오. 독자들이여 책을 읽지 마십시오. 감상하고 읽을 작품은 얼마든지 온라인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으로 쓰고 그려지고 표현되어진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한 예술가를 사랑하는 지역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작가를 소중하게 자랑스러워하는 지역은 많아도 선혈을 뚝뚝 떨어뜨리며 쓰는 작가를 아끼고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지역은 많지 않습니다.

지역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도 지역문화예술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그리고 지역문화재단의 모든 식구들도 예술가들도 격과 관계를 찾지 않고 가셔서 석헌 임재우 선생의 소품전을 통해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지역 아동문학의 소중한 작가인 이봉직 시인의 동시집 한권을 통해 동시가 禪시까지도 넘나 들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체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들의 노력이 계기가 되어 지역민의 조화와 상생의 새로운 비젼이 되는 자리를 만들기를 염원합니다./박재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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