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원자로 첫 수출… 50년만의 '큰 획'

연구용 원자로 첫 수출… 50년만의 '큰 획'

■ 한국원자력연구원

  • 승인 2010-04-13 16:05
  • 신문게재 2010-04-21 33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지난달 30일 요르단 암만에서 한국과 요르단은 지난해 말 한국이 수주에 성공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을 위한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이번 사업은 요르단 최초의 원자로 건설이기도 하지만 한국 원자력 연구·개발(R&D) 50년 만의 첫 원자력 플랜트 수출이기 때문에 양국의 원자력 역사에 큰 획으로 남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호주 태국 네덜란드가 발주한 연구로 건설사업에 참가했으나 세 차례의 수주 실패라는 고배를 마신 뒤 이번에 '3전4기'의 신화를 이끌어냈다.

1959년 미국에서 'TRIGA Mark-2'를 도입해 원자력 기술개발에 나선 한국이 원자력 기술을 세계에 과시한 쾌거다. 또한 새로운 수출국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5년간 700명 전문인력 참여=연구용 원자로는 발전 용량에 따라 30㎿는 대형, 10~20㎿는 중형, 5㎿ 이하는 소형 연구로로 구분된다. 요르단에 수출되는 연구용 원자로는 5㎿급 소형 연구로인데 추후에 10㎿급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용되고 있는 연구용 원자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사진)내에 위치한 '하나로'와 경희대에서 운용하고 있는 'AGN-201' 등 총 2기다. 특히 1995년 준공된 하나로는 국내 유일의 30㎿급 대형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로, 세계 10위권에 포함될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는 의료용 또는 과학연구용으로 쓰이고 있으며, 상용 원자로의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위해 이용되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연구용 원자로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원자력연구원 한 관계자가 연구용 원자로를 점검하고 있다.
▲ 원자력연구원 한 관계자가 연구용 원자로를 점검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 수출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건설사업비 외에 고용창출 효과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이번 사업 수행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약 700명의 고급인력이 참여하고, 거의 모든 기기를 국산으로 공급하게 됨으로써 관련 산업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수주는 연구용 원자로 설계·건설 기술을 인정받아 세계시장에서 연구용 원자로의 주요 공급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연구용 원자로 세계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1기당 2000억~300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린다고 볼 때 향후 15년간 세계적으로 50기의 연구로가 더 지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10조~20조원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 원장은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연구로 시장이 대형 상용 원전 시장에 비해 제한적인 틈새시장이고 우리나라가 확실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연구로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또 요르단과 같이 새로 상용 원전을 도입하려는 나라들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위해 사전에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구용 원자로 수출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은 상용 원전 수출에도 파란불이 켜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연구용 원자로(하나로)는 최근 냉중성자 연구시설(CNRF)과 핵연료 노내조사시험설비(FTL)를 구축해 연구로가 수행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연구용 원자로(하나로)는 최근 냉중성자 연구시설(CNRF)과 핵연료 노내조사시험설비(FTL)를 구축해 연구로가 수행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외교의 승리=이번 연구용 원자로 수주에는 원전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정부 측의 강력한 의지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12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국책 사업에 협력하기로 의기투합한 것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압둘라 2세 국왕은 정상회담 이후 한국에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어 우리 측은 이번 연구용 원자로 수주가 요르단이 추진하고 있는 원전과 담수 대수로 건설 등의 사업 진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승수 전 국무총리,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김중현 교과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요르단 정부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안 장관은 지난해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 참석 당시 요르단 원자력위원회 칼리드 투칸 위원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방한한 요르단 실사단은 원자력연구원이 건설·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방문한 뒤 “미래를 보는 듯하다”고 말해 우리 기술력에 사실상 손을 들어줬다.

▲향후 파급효과=이번 계약은 요르단이 원자력 발전 도입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 및 인력 양성을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로 한국 컨소시엄이 원자로 건설뿐 아니라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까지 수행하게 돼 향후 상용 원전수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요르단은 2015년까지 1000급 원자력 발전소 1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는 전 세계에 240여기가 운전 중으로 80%는 20년 이상, 65%는 30년 이상 운전했기 때문에 대체수요 발생으로 10조~20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형 연구로를 운전하고 있는 국가에서 방사선 이용 분야 확대 및 상용 원전 도입을 위해 중형 연구로로 교체할 가능성이 커 114기 정도가 이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용 원자로 신규 건설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국은 태국 및 베트남 등과도 이미 수 년 전부터 연구로 신규 건설과 연관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배문숙 기자 moons@

※연구용 원자로: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용 원자로와는 달리 핵 분열시 나오는 중성자를 이용해 물질 구조연구, 신물질 개발, 의료용·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핵연료 안전성 시험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는 원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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