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동윤 한국지질자원연 정책협력부장 |
지구온난화로 온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 겨울의 이상한파는 빙하기도래설을 확산시켜 지구촌에 약간의 공포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즉, 지구온난화는 끝났고, 미니빙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IPCC(기후변화에 대한 국가간 패널)가 발표한 온난화 보고서는 세기의 사기극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었다.
그동안 민감한 지구시스템에 인간이 너무 많은 영향을 끼쳐 그 시스템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을 약하게 만든 결과, 인간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예로, 산호섬으로 이뤄진 투발루공화국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되어 2001년 이미 국토포기선언을 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방글라데시의 쿠툽디아 섬마을을 바다가 집어삼켰는데, 원래 250이던 섬의 면적은 지난 100년 사이 37로 줄어들었다. 이들 뿐만아니라 세계 각지의 해안저지대가 해수면상승으로 침수되고 있다. 화석연료의 지나친 사용이 온난화를 가속시킨 대가다. 또 다른 예로, 1959년 일본에서는 이세만 태풍으로 5000여명이 죽고 73조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카트리나태풍 피해로 2500명이 사망하고 재산피해가 37조원에 달했다. 이는 인구증가와 더불어 자연을 거스르는 무분별한 저지대 개발이 불러 온 대표적인 피해사례다. 그렇지만 이러한 해외 피해사례가 뉴스에서나 보는 이벤트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제주도 용머리 산책로는 하루에 8시간씩 침수되며 폭풍이 있을 때마다 많은 해안저지대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과 해수면의 상승폭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커질까? 이에 수반되는 폭풍과 해일로 인한 연안침수와 침식과 같은 자연재해 그리고 폭서, 혹한, 폭설과 같은 이상기후의 발생빈도와 피해범위는 얼마나 커질까? 이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며 이를 위한 수많은 예측모델이 개발되었으나 어느 결과가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
심리학분야에서 행동패턴이 복잡한 사람에 대해 과거 성장기록을 분석하여 그 사람의 행동패턴을 예측하듯이, 이의 해답은 지층에 기록된 과거 이상기후 기록에서 찾아야 한다. 즉, 과거 수천년 또는 수만년 동안의 기후변화 패턴 중 현재와 유사한 시기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예측모델의 개발 및 검증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과거 수많은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면서 해수면도 그에 따라 하강과 상승이 이뤄졌고 해안선은 바다쪽으로 밀려나거나 육지쪽으로 침범해 들어왔다. 따라서 선사인들은 해안선의 변화에 따라 삶의 터전을 수시로 옮겼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2030년에 전 인구의 40%, 총생산의 50%를 연안이 점유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수면 상승과 이에 따른 재해로부터 연안에 집중된 인명과 재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핵심 사안으로 부각된다.
현재 진행중인 단기대책으로 수 시간 후의 폭풍예보 등도 중요하다. 이어서 해수면상승과 폭풍 등의 발생빈도, 침수와 침식 등 재해발생 범위 등의 정확한 예측과 이에 근거한 본격적인 중기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앞으로 해수면이 급하게 상승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대책이 필요한데, 해안 방벽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높이 쌓으면 쌓을수록 잠재된 재해 규모는 그 만큼 더 커진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최악의 경우 고지대로의 이주대책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해변에 모래성을 아무리 튼튼하게 쌓아 놓아도 밀물이 오면 단한번의 파도로 허무하게 사라진다. 거대한 자연의 힘에 순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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