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인석 대전문인협회장·수필가 |
바야흐로 또 한 차례의 '지방자치선거' 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한꺼번에 8개선거가 겹치게 되니 후보도 많고 말도 많다. 크든 작든 선거행사만큼 무명현상을 몰고 다니는 행사도 없다. 일부 집단에서는 해군함정 침몰사고까지도 “보수층결집을 위한 북풍조작을 하고 있다”며 매도선동 하고 있으니, 이 어찌 무명의 극치가 아닌가.
그뿐 아니다. 국가기강의 도덕적 이정표가 돼야할 전직 국무총리가 뇌물수수혐의로 사법당국에서 재차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다. 유죄, 무죄를 떠나 전직총리가 부정비리와 연루돼 사직당국의 수사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무명현실을 증거 하는 것이다. 게다가 “단체장 하겠다” “자치의원 하겠다”며 선거판을 헤집고 다니는 후보들 상당수가 뻔뻔스런 무명의 무리들이다.
검찰총장은 “거짓과 가식으로 진실을 흔들 수는 있어도, 진실을 없앨 수는 없다”고 했다. 반드시 허상은 깨지고 진상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중앙정치, 지방정치 막론하고 민생을 등쳐먹던 몰염치한 무명 집단은 모두 몰락했다. 진실이 증거하고 역사가 증거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무명의 무리들은 단호하게 심판해야 한다.
이제 지방자치선거가 앞으로 50여일 남았다. 우측 깜빡이 켜고 좌측으로 달리는 무명의 사술(詐術)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모르고하는 잘못도 반복하면 죄악이다. 인과업보의 진리는 먼 곳 얘기가 아니다. 내가 만든 업보는 반드시 내게로 돌아온다. 무명을 보고도 묵인하는 것, 그 자체도 무명이다.
유한 속에서 무한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생각은 언제나 눈부시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의 실제적 행동결단은 항상 유약했다. '멍청도', '핫바지'란 불명예근원도 따지고 보면 바로 우리들의 유약함에서 기인된 것이다. 툭하면 텃밭을 팔고, 자존심을 충동질하던 지난날의 연고정치 관행도 이젠 버려야 한다. 유권자들이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위선을 위선으로 볼 수 있는 혜안, 허상을 허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진실이다.
“인류여! 밝은 햇살이 그대의 얼굴에 비추기까지는 이 땅위에 얼마나 많은 십자가가 세워졌던가.” 어느 이방 시인의 노래가 서늘한 깨우침을 가져온다. 소크라테스는 '무지(無知)의 지(知)'를 말했다. 스스로가 무지함을 안다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단순 무지의 뜻만이 아니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정진의 시발점을 암시한 것이다. 깨달음은 지금도 늦지 않다. 무명의 사슬에 야합하지 않고 우리고장을 지켜낼 능력과 양심일꾼을 찾자. 몰염치한 정치집단의 무명행태를 우리 유권자들의 결심으로 몰아내자.
이차돈은 순교하면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외쳤다. '파사'는 사견을 깨트리는 정의 실행이고, '현정'은 정의를 바로보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무명타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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