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승철 을지대학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여성적 아름다움으로 인정받는 음악과는 달리 여성적인 아름다움에 치명적인 장애가 되는 질환이 있다. 바로 류머티스관절염이다. 매년 3월이 되면 '여류사랑'이란 행사가 개최된다. 류머티스관절염의 대다수인 여성 류머티스관절염 환자를 위하여 열리는 행사다. 류머티스관절염은 10~20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1~2년 안에 모든 관절 변형이 급성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류머티스관절염은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 증상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관절 변형이 시작되기 전인 '염증 단계'에서 불씨를 잡아야 한다. 그 동안 류머티스관절염은 평생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간주되었으나 생물학적 주사제가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2~3년 이내 완치 수준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리하여 현재 전 세계적인 추세는 류머티스관절염으로 진단되면 처음에는 경구 약으로 조절하고, 6개월 정도 약을 복용해도 염증 감소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악화되면 생물학적 주사제 사용을 시작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주사제가 국내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매월 120만원 정도의 치료비로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되었지만 이제는 치료비 부담이 많이 줄었다. 2009년 7월 정부가 류머티스관절염을 포함한 138가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혈청양성 류머티스관절염 환자는 의사의 확진을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생물학적 주사제 등 고가의 치료를 한달에 9만~10만원 선에 받을 수 있다.
언뜻 환자의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형평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유는 희귀난치성 질환에 속하는 대상 질환이 모든 류머티스관절염 환자가 아니고 앞에 '혈청양성'이란 단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혈청양성'이란 류머티스관절염 환자의 혈액검사에서 '류머티스인자'라는 이상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60년전 최초로 발견된 류머티스인자는 현재까지도 류머티스관절염의 발생에 영향을 주고 질환의 진단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검사 방법이지만 모든 환자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류머티스관절염 환자 중 30%는 류머티스 인자가 나타나지 않는 '음성'이므로 조기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늦어지는 문제가 흔하게 발생한다. 더욱이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희귀난치성 질환에 포함되지 못하여 수혜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류머티스인자 음성인 환자 중에는 양성인 환자보다 관절파괴가 더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비용 때문에 생물학적제제는 꿈도 못 꾸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의료보험 재정의 한계로 류머티스인자 음성인 모든 환자가 당장 희귀난치성 질환에 적용되기 어렵다면 최소한 관절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환자만이라도 적용되어야 하겠다. 더 나아가서 멀지 않은 미래에 류머티스관절염 환자 '전원'이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등록되어 좋은 약제로 치료 받아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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