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사랑과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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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사랑과 상실

[월요아침]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승인 2010-04-11 13:12
  • 신문게재 2010-04-12 20면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언젠가는 사라진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결국 스러져간다. 시간차만 있다. 걸리는 시간이 긴지 짧은지의 차이다. 장기간에 걸친 결과라면 납득하기는 쉽다. 익숙해져서다.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그렇다 하더라도 슬픔이 비켜가지 않는다. 저절로 흘러내리는 눈물은 막을 방도가 없다. 회한 탓이다. 살아생전에 왜 더 잘 해주지 못했는가. 후회뿐이다.

느닷없이 닥치면 더 심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다. 그런데 갑자기 죽는다면 당신은 견뎌내겠는가. 나는 견뎌내지 못했다.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었다. 그 사람이 누워있는 곳이 지척이라도 애통하기만 하다. 하물며 하늘이나 바다라면 어떨까. 가보지 못 한다. 땅을 친다. 가슴을 쥐어박는다. 유독 그 가족만 유별나서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은 누구라도 적정선을 넘곤 한다. 일상생활은 상식과 양심으로 다스려지기에 화평하다. 극한상황에 처하면 달라진다. 언제라도 그 틀을 일탈한다. 비통함을 공감해야 하는 이유다.

직장을 밀려나도 충격이다. 오가는 길에 들르는 산등성이길 음악당. 며칠째 승용차가 서 있었다. 운전대에 머리를 묻고 있는 남자. 걱정돼서 깨웠다. 사십대 중반으로 보였다. 실직사실을 집에다가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한다. 자살을 작정하기도 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은 흡사 저승사자에게 붙잡힌 듯 했다. 듣기만 했다. 섣불리 위로할 계제가 아니었다. 지난 연말연시에 연하편지를 냈다.

새해 좋은 일 많기 바란다고 써 보냈다. 직후 매일 얼굴 맞대던 사람들 중에 옷 벗은 지인이 생겼다. 뭘 모르고 한 행동이 되고 말았다. 요즈음에서야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새 일터에 나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사이 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 시간이 이쯤 흘러서야 겨우 추스르고 있다는 증좌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잃는다는 건 다 그렇다. 상실감에 빠지고 만다. 그의 죽음이 그렇고 그의 실직이 그렇다. 애착이 바탕에 깔려있어서다. 강함과 약함은 비교의 대상이 되지만 순도는 동일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 이건 단순히 사망이라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수습해서 묻으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내 삶의 붕괴를 뜻한다. 내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만다.

원인이 내게 있지 않다 해서 면책되지 않는다. 나는 여기 멀쩡하게 살아 있다. 그러나 그는 죽었다. 더욱이 그 죽음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면 원통함과 자책감은 일생을 동행한다. 사랑이 깊으면 그 깊이에 비례해서 영혼에 구멍이 뚫린다. 멍해지는 건 바로 그래서다. 첫사랑은 첫사랑대로 아프다. 갓 핀 꽃이 싱싱해서 오래 가듯이 내내 죽음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백령도의 해군참사.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많은 인명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딱 부러지게 주관하지 못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발표의 범위가 달라진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혼란스럽다. 이런 일의 처리에는 분명한 철학이 있다. 생명구원이다. 한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가 중심에 놓여야 한다. 실종자를 빨리 찾아 구할 수단을 찾아서 실행해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편협함과 비밀성을 타파해야 한다. 우리 일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확실하게 주도하되 국가사회 전체의 역량을 결집해서 투입해야 한다. 경과를 보면 질질 끌려 다니다가 참여를 허용하는 형국이다. 사고지점이 어떤 해역인가. 최전선이다. 소해정은 아래 동네에 가 있었다. 민간장비는 뒤늦게 불렀다. 안타깝다.

다시금 원론을 얘기한다. 한을 품고 떠도는 넋. 가족은 그 혼백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졸지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존재감을 잃고 살아야 한다.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못한다. 내 사랑 없음은 메워지지 않는다. 사는 동안 치유되지 않는 상처다. 그 아픔 하나만 견디게 하려면 분노와 함께 살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당신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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