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여자들만 노리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정민은 매일 반장에게 찍혀 사는 신참 형사, 영석은 사업 말아먹고 2년간 실종자로 살다가 집으로 돌아온 백수다. 정민은 바닥을 친 자존심을 회복하게 위해, 영석은 딸에게 생명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해 사건을 쫓는다.
도대체 누구길래 살인범이 다 반가운 걸까. 살인범을 쫓는 경찰관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게 백수 신세의 아버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반가운 살인자’는 웃음과 감동, 코미디와 스릴러가 혼재하는 하이브리드 장르영화다. 연쇄살인사건으로 인심이 흉흉한 동네. 형사 정민은 촌각을 다퉈도 모자랄 판에 그저 높은 층계를 오르는 게 수고로워 죽겠다는 표정. 반면 백수 신세의 가장 영석은 자신의 골방 가득 살인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놓았다. 또 가끔 사건 현장을 살피기도 한다. 이 백수 같은 형사와 형사 같은 백수의 살인범 추격기.
두 캐릭터의 궁상과 역할 바꾸기라는 상황적 요소가 웃음을 유발하고 백수의 애달픈 가정사가 눈물을 이끈다. 여기에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인상파 배우’ 유오성은 한결 부드러우면서 미련한 바보스런 연기로 백수 가장 영석을, ‘재간둥이’ 김동욱은 대표작인 영화 ‘국가대표’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처럼 살갑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삽질 형사’ 정민을 그려낸다. 굳이 따지자면 유오성은 드라마를, 김동욱은 코미디를 책임지면서 이 하이브리드 장르의 영화를 무난하게 이끈다.
투 톱 영화지만 1등 공신은 유오성이다. 그의 역할은 웃음도 웃음이지만 애끓는 부성애로 관객들의 코끝을 찡하게 울리는 것이다. 유오성은 균형 잡힌 코믹 연기로 한 가장의 비애를 잘 표현해냈다. 2002년 ‘챔피언’ 이후 영화팬들의 뇌리에서 잊혔던, 배우로서 침체기를 통과한 지난 행보와 인생에서 바닥을 친 영석의 상황이 묘하게 겹치면서 절망에 빠진 한 가장의 비애가 손에 잡힐 듯 살아난다. 엉겁결에 살인범의 칼에 찔린 뒤 혼자 치료하는 장면. 묘한 신음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고통을 표현하는데 흔히 봐온 액션영화 주인공의 터프한 모습과 비교되면서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팬티스타킹을 우스꽝스럽게 당겨 올리고 가발을 쓰고 마스카라를 칠한 여장은 웃기면서도 짠하다. 유오성의 여장은 왠지 부조리해 보인다. 영화는 말한다. “억울하냐, 억울해? 그게 바로 인생이다.” 마지막으로 아비 노릇 한번 제대로 해보고 죽겠다며 기를 쓰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억울해도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다. 공교롭게도 주연 배우와 이름이 같은 김동욱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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