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집나온남자들]웃음과 감동... 한국영화 봄 만났네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집나온남자들]웃음과 감동... 한국영화 봄 만났네

■집 나온 남자들 감독: 이하. 출연: 지진희, 양익준, 이문식, 김여진.

  • 승인 2010-04-08 18:05
  • 신문게재 2010-04-09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음악평론가 성희. 그는 라디오 방송 중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쿨하게 여행을 떠난다. 후배 황동민과 강릉으로 여행가지만, 자신보다 먼저 집을 나간 아내의 행적을 알고는 분노에 차 마누라 추적에 나선다. 도중에 아내의 오빠라는 유곽을 만나면서 추적은 황당하게 꼬여간다.


당신은 당신의 아내에 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집 나온 남자들’은 낄낄대고 웃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지는 블랙코미디다.

찌질한 사내들의 속물근성에 낄낄대다가도 입맛이 쓰다. 꽁꽁 숨겨놨던 속내를 들킨 듯해서다. 주인공 성희는 라디오 생방송에서 대놓고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자신보다 아내가 먼저 이혼 서류를 보내놓고 집을 나갔음을 알고는 화를 내는 남자다. 아내가 남겨놓은, “나는 이해심이 부족했고, 당신은 이해력이 부족한 거야”라는 편지에 열불이 나 아내를 찾아나서는 사내.

‘남편은 하늘’이라는 수컷 근성으로 꽉 찬 속물인데, 성희와 동행하는 동민은 한술 더 뜬다. 흰 팬티 바람에 담배를 달고 다니며 “어제 잔 내 파트너, 나이가 스물둘이래”라며 키득거리는 모습은 찌질한 수컷 그 자체다. 나름 수컷 속물들의 유머를 지루하지 않게 여행기로 엮어나간 한 시간 분량과 연출은 낄낄거릴만한 웃음을 준다.

반듯한 이미지의 지진희가 철없는 찌질남 성희로 분해,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보여준 무미건조하면서도 황당한 코믹 코드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여기에 영화 ‘똥파리’에서 강렬한 수컷 양아치를 연기했던 양익준이 동민을 맡아 찌질한 수컷 양아치로 변신하고,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이문식이 가세해 웃음의 폭을 넓혀놓는다. 김여진과 옥지영은 온 몸을 불사르는 몸 개그로 자칫 지루하고 칙칙할 수 있는 세 남자의 여행에 풍성함을 보탰다.

아내를 찾으러 나온 건지, 여행을 나온 건지, 이 찌질남들의 여행은 급기야 다단계 업체에 들어갔다가 병원 신세까지 지는 난장의 퍼포먼스 한 판으로 이어진다. 그러는 사이 성희는 3년 동안 함께 산 아내의 손목에 자해 상처가 있는지도 모르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후반부에 다소 급하게 찌질남들의 ‘반성 모드’로 봉합되는 전개는 당혹스럽다. 그래 찌질남이 아내에게 잘못했다고 치자. 집 나간 아내는 알고 보니 모성 충만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였다는 건가?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은 있었나? 너무 뻔한 결론을 남자들의 황당한 가출기로 엮어 만든 자기 반성적 교과서는 관객들에게 이도저도 아닌 공허함을 남긴다. 소소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알려고 하는 게 그 사람을 위한 진정한 일이라는 거, 그건 맞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