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 성희. 그는 라디오 방송 중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쿨하게 여행을 떠난다. 후배 황동민과 강릉으로 여행가지만, 자신보다 먼저 집을 나간 아내의 행적을 알고는 분노에 차 마누라 추적에 나선다. 도중에 아내의 오빠라는 유곽을 만나면서 추적은 황당하게 꼬여간다.
당신은 당신의 아내에 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집 나온 남자들’은 낄낄대고 웃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지는 블랙코미디다.
찌질한 사내들의 속물근성에 낄낄대다가도 입맛이 쓰다. 꽁꽁 숨겨놨던 속내를 들킨 듯해서다. 주인공 성희는 라디오 생방송에서 대놓고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자신보다 아내가 먼저 이혼 서류를 보내놓고 집을 나갔음을 알고는 화를 내는 남자다. 아내가 남겨놓은, “나는 이해심이 부족했고, 당신은 이해력이 부족한 거야”라는 편지에 열불이 나 아내를 찾아나서는 사내.
‘남편은 하늘’이라는 수컷 근성으로 꽉 찬 속물인데, 성희와 동행하는 동민은 한술 더 뜬다. 흰 팬티 바람에 담배를 달고 다니며 “어제 잔 내 파트너, 나이가 스물둘이래”라며 키득거리는 모습은 찌질한 수컷 그 자체다. 나름 수컷 속물들의 유머를 지루하지 않게 여행기로 엮어나간 한 시간 분량과 연출은 낄낄거릴만한 웃음을 준다.
반듯한 이미지의 지진희가 철없는 찌질남 성희로 분해,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보여준 무미건조하면서도 황당한 코믹 코드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여기에 영화 ‘똥파리’에서 강렬한 수컷 양아치를 연기했던 양익준이 동민을 맡아 찌질한 수컷 양아치로 변신하고,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이문식이 가세해 웃음의 폭을 넓혀놓는다. 김여진과 옥지영은 온 몸을 불사르는 몸 개그로 자칫 지루하고 칙칙할 수 있는 세 남자의 여행에 풍성함을 보탰다.
아내를 찾으러 나온 건지, 여행을 나온 건지, 이 찌질남들의 여행은 급기야 다단계 업체에 들어갔다가 병원 신세까지 지는 난장의 퍼포먼스 한 판으로 이어진다. 그러는 사이 성희는 3년 동안 함께 산 아내의 손목에 자해 상처가 있는지도 모르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후반부에 다소 급하게 찌질남들의 ‘반성 모드’로 봉합되는 전개는 당혹스럽다. 그래 찌질남이 아내에게 잘못했다고 치자. 집 나간 아내는 알고 보니 모성 충만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였다는 건가?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은 있었나? 너무 뻔한 결론을 남자들의 황당한 가출기로 엮어 만든 자기 반성적 교과서는 관객들에게 이도저도 아닌 공허함을 남긴다. 소소하더라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알려고 하는 게 그 사람을 위한 진정한 일이라는 거, 그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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