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 |
그러나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어떤 쪽으로 규명된다 하더라도 이번에 희생된 병사들의 죽음은 너무도 허망하고 안타깝다. 이런 나라에서 누가 자기 자식을 군대에 보내려 하겠는가? “아마도 이번 침몰사고로 실종된 해군들 중에 국회의원이나 장관 아들, 아니면 고위직 공무원의 아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종 장병들이) 그야말로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의 아들들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더 가슴이 미어진다”는 명진 스님의 말은 보통 사람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드리운 분단의 멍에가 한없이 무겁게 다가온다. 남북이 힘을 합쳐도 주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상황에 지난 65년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적대와 증오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분단의 비용을 치러야 하며, 얼마나 더 젊은 피를 뿌려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우리를 더욱 불안하고 답답하게 하는 것은 천안함 침몰과 같은 사건이 앞으로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고 무고한 인명이 죽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금의 남북관계로 볼 때 의도적 도발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소한 오해나 우발적 사고로 인해 전면적인 전투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 이번에도 천안함 침몰 후 속초함이 북쪽을 향해 76mm 함포를 130여발이나 발사했다고 한다. 레이더에 무엇인가 빠른 물체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확인돼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했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새떼였다는 것이다. 만일 속초함의 발포에 북이 정면 대응했더라면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현재 남북관계의 취약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이처럼 통제불능한 상태로 방치해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 표류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우리가 통제가능한 상태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은 바뀌어도 국가는 지속된다. 이것이 국제관계의 기본적 규범이다. 따라서 이전 정부에서 체결된 조약이나 협정은 다음 정부에서 승계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북한 정권과 체결한 '6·15 선언'과 '10·4 선언'은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남북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며, 이를 무시하고는 정상적인 남북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신뢰가 전제되어야 남북관계는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 어렵게 구축해 온 화해와 포용의 남북관계를 다시 냉전적이고 적대적 관계로 후퇴시키고 있다. 더 이상 '전략적 인내'라는 말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호도하지 말고 적극적인 대화와 교류를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억울하게 죽은 천안함 영혼들을 위로하는 길이며, 이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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