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A씨는 지난 해 8월 일행 간 싸움으로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봉변을 당했다. 환자 이송을 위해 싸움을 말리려다 오히려 폭행을 당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코가 삐뚤어지고 입이 터지는 부상을 입었다.
서산소방서 구급대원 B씨도 지난 달 16일 환자이송을 마친 뒤 술에 취한 행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119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충남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사건은 지난 2006년 2건, 2008년 6건, 2009년 3건, 올해 1건 등 모두 11건이 발생했다. 이는 모두 응급 상황과는 무관하게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음주를 한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구급 대원 개인의 피해는 물론 소방력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폭행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구급대원들은 피해를 입고도 이를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고 가해자가 합의를 요구할 경우 대부분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어 피해가 재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본부가 집계한 11건의 폭행 사건 중에서도 4건만이 검찰 송치 등 법적 절차를 진행했을 뿐 나머지 7건은 모두 가해자와 합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한 구급대원은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응급환자가 아닌 만취자 이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당사자나 주변인들의 시비로 폭행 및 폭언이 자주 발생한다”며 “하지만 구급대원이 사실 규명이나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충남 소방본부는 구급대원들의 안전 및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구급차에 CCTV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구급대원의 안전을 위해 오는 10월까지 도내 모든 119구급차에 CCTV를 설치해 응급처치 영상기록은 물론 구급대원을 폭행 시 경찰조사를 위한 증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피해 발생시 사법기관에 통보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해 구급대원이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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