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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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주]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기고]박봉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시인

  • 승인 2010-04-06 14:15
  • 신문게재 2010-04-07 20면
  • 박봉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시인박봉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시인
3월 26일 백령도 인근 서해안에서 초계중이던 천안함이 침몰하여 UDT대원들이 바닷속에서 수색하던 중 한주호 준위님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순직했습니다.

▲ 박봉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시인
▲ 박봉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시인
당신이 가신 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이 비는 당신을 생각하는 우리 국민들의 슬픔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후배들이 지금 차가운 바닷속에 있어서 들어간다는 그 말씀에 눈물이 고입니다. 내 생명을 걸고 칠흙 같이 어두운 바닷속,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닷속을 들어가는 당신의 모습이 그래도 듬직하게 보였는데 수색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끝내 목숨을 잃었다니 그 비감함이 더합니다.

목숨은 얼마나 길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무릇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음의 길을 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한 번 살아가는 삶에도 죽음보다 추하고 욕된 삶도 있는 반면에 삶보다 거룩한 죽음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재구 소령이나, 안중근 의사,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은 자신의 안위보다 전우나 국가의 안위를 우선함으로써 시대의 영웅이 될 수 있었고, 그분들의 정신 위에 우리가 이땅에 굳건히 발을 딛고 사는 것입니다.

한 준위님,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꽃은 금방 시들지만, 사람이 남긴 향기는 오래도록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이 가신 길은 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명예를 바라고도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돈이나 명예보다도 하나뿐인 귀한 생명을 걸고 그 위험한 바닷속을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은 나라의 꽃이 되셨습니다. 당신의 희생은 금수강산을 아름답게 꽃피우고 열매를 맺게할 것입니다. 당신은 별이 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볼 것입니다. 당신의 희생은 사랑이 되셨습니다. 우리 국민은 아름답고 소중하게 추억할 것입니다.

한 준위님, 당신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들에게 죽어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 온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한 가정의 가장이 아니라 조국의 가장으로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당신의 정신은 이 땅의 무수한 영웅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백년, 수천년 우리 국군의 힘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게 위대한 무형의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제 당신은 죽어서 조국의 이름이 되었고, 조국은 당신을 영웅으로 부르게 될 것입니다.

한 준위님, 시는 언어가 끝나는데서부터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꽃이 떠난 자리에 씨가 나오고, 씨가 떠난 자리에 싹이 나오듯이 당신이 떠난 그 빈자리는 아름답고 거룩한 빛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이제 눈을 편안히 감으십시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었을 당신의 모습으로 인하여 서해는 또다른 생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당신이 걸어오신 군인의 길은 매우 가치로웠습니다.

이제 당신이 사랑한 바다를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희생이 묻혀있는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묻힌 조국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이 돌보던 장병들을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의 거룩한 사랑으로 인하여 이제 사나운 바다도 풀릴 것입니다. 당신의 숭고한 사랑으로 인해 고귀한 생명도 돌아올 것입니다. 당신의 고귀한 생명이 헛되지 않기 위해 실종 장병들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당신이 있어 UDT가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이 있어 이 나라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한주호 준위님,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우리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작은 성의는 이 세 마디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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