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소방관들은 5공 시절에나 있을 법한 획일적인 일과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데 반해 소방관 개개인의 위기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일환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5일 소방방재청, 대전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소방방재청은 소방공무원 근무규칙 개정을 통해 일과표를 제작, 전국 119안전센터 소방관들에게 적용 중이다.
이에 따르면 119안전센터 소방관은 시간대별로 톱니바퀴 같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주간근무 기준으로 오전 9~10시 인원 및 장비점검, 오전 10~12시 교육훈련, 낮 12시~오후 2시 식사 및 휴식, 행정업무, 오후 2~4시 교육훈련, 오후 4~5시 체력관리, 오후 5~6시 교대 준비 및 행정업무 등으로 짜여 있다.
문제는 과거 일과표에도 교육훈련 등의 일정이 있었지만 유연하게 운영해 온 반면 새롭게 바뀐 일과표가 시행되고 나서부터는 현장 상황을 고려치 않은 채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일선 소방관들은 일과표 부활이 탁상공론과 다름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 119안전센터 소방관은 “구급 등을 마치고 돌아오면 일정 시간 휴식과 장비 점검을 해야 하는데도 교육훈련 시간이라는 점을 들어 훈련을 강행하기 일쑤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기존 행정업무량은 그대로인데 이제는 교육훈련도 하루에 4시간씩 반드시 받아야 해 업무량을 소화하기가 벅차다”며 “교육훈련은 화재, 구급 등 현장경험이 부족한 내근직원들이 오히려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3교대 근무 전환 이후 일선 외근직에 소위 '노는 시간'을 없애고자 쉴 틈 없는 일과표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소방본부는 일과표가 없었던 것을 만든 게 아니며 소방관 능력을 극대화하고자 교육훈련을 시행하는 것이라는 해명이다.
대전시소방본부 관계자는 “평소 교육훈련은 위급한 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키우고 안전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똑같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도 “그동안 사문화돼 있던 근무규칙 개정을 통해 일과표 기준을 제시했을 뿐 각 시ㆍ도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변경해 시행하면 된다”고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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