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세 대전·충남 생명의숲 사무국장 |
아무리 산불방지에 대한 노력을 쏟아 부어도 비가 오지 않고 건조한 봄철의 날씨가 계속되면 조그만 실수로 인한 실화에도 대형산불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운 좋게도 지금까지는 매주 한두 차례씩 비가 내려줘서 큰 산불 없이 지켜내고 있으니 다행스럽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되었던 대형산불을 보면 1996년 4월 23~26일 고성군 일대 산불로 인해 3762ha, 2000년 4월 7~15일 동해안 일대에서 산불로 2만3794ha, 2002년 4월 14~15일 우리 지역인 청양과 예산 산불로 3095ha가 소실됐다. 2005년에 4월 4~6일 양양지역에서 산불로 974ha가 불에 탈 때는 낙산사가 전소되는 광경을 정말 멀리서 불구경밖에 하지 못하면서 속을 태웠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대형산불 모두 4월에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운 좋은 일기조건과 수많은 산불관련 종사자들 덕분에 산불 발생이 적었지만 방심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 꼭 큰 선거가 있는 해에 대형산불이 일어나곤 했었다.
올해에도 6월 지방선거가 있는 해로서 또다시 큰 산불이 올 것이라는 불길한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로 사라지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산불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그동안 잘 가꾸고 지켜온 우리의 숲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바뀌고, 숲 생태계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수많은 동식물 모두가 보금자리를 잃게 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도 재산의 피해뿐만 아니라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번 산불이 난 숲을 다시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력과 아픔이 따르면서 기간도 수 십 년에서 수 백 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산불을 걱정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까시나무 꽃 필 때'라는 말이 있다. 이 꽃이 필 때 쯤 이면 위험천만했던 봄철 산불발생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아까시나무 하얀 꽃을 기다리는 애틋함이 담겨 있다.
산림분야에서 우리의 숲을 가꾸고 지키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산불분야 관계자들은 숲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본다. 산불발생의 주된 원인은 사람들의 실수에서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만약 산불이 발생하면 빨리 달려가서 큰불로 이어지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산림관계자와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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