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대전경찰청 112 지령실에 중구 모 초등학교로부터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이내 송금현 경위(54)의 눈과 손, 입이 바빠졌다.
송 경위의 눈은 신고 위치 및 내용이 확인할 수 있는 112자동화시스템과 시내 전체 순찰차 위치를 보여주는 순찰차 신속배치시스템(IDS) 모니터를 재빠르게 훑었다.
동시에 손은 신속한 출동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코드2’ 사건으로 분류하고, 입은 “복수 순마 현장으로 즉시 출동바람.”이라며 지령을 하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사건이 또 접수됐다.
수화기에서는 “학교 강당에서 수상한 사람이 계속 물건을 빼앗아 간다.”라는 어린 학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송 경위는 이전 신고처럼 신속히 지령을 내리고, 또 다른 사건을 접수받기 위해 헤드셋을 눌러썼다.
▲ 24시간 시민들의 다급한 신고를 경찰에게 전해주는 대전경찰청 112지령실장 김효수 경감과 유익선 경위가 신고를 받아 관할구역에 지령을 내리고있다./손인중 기자 |
여기저기서 “진정하시고 어떤 상황인지 말해주세요, 순마 출동바람, 알았다.”라는 내용의 다급한 통화가 이어졌다.
시민으로부터 사건 접수를 받는 112지령실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시민과 경찰관을 이어주는 최일선이기 때문이다.
지령실 직원들은 하루에 500~700건 가량 되는 시민 신고와 24시간 씨름하기 일쑤다.
112지령실장 김효수 경감은 “사건 접수부터 잘해야 수사력 낭비를 막고 강한 경찰이 될 수 있다”며 “일단 신고자를 안정시키고 신속, 정확하게 현장에 상황을 전파할 것을 강조한다”고 근무 원칙을 밝혔다.
대전경찰은 강찬조 청장 부임 후 지령실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령실 역량을 강화했다.
중간 관리자급으로 베테랑 경찰관을 배치하고 시내 순찰차 모습을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대형 치안지도도 제작 중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2월 초고속 대처가 요구되는 ‘코드1’ 신고 현장 도착시간이 4분 47초로 전 달 5분 3초에 비해 16초 앞당기는 성과를 올렸다.
이달 1일 오후 3시께 동구 천동 모 아파트에서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위층에 사는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20대 남자를 현장에서 검거한 것도 좋은 사례다.
지령실 직원들의 ‘희망사항’은 단 한 가지다.
사건에 신속히 초기 대응하는 바람 뿐이다.
유익선(53) 경위는 “민원성 신고 또는 상습 주취자 신고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정말로 경찰관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곳에 제때 대응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민원성 신고는 정부콜센터(110)나 시청신고센터(120)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2월 대전청 지령실에 접수된 112신고는 모두 1만 7358건으로 이 가운데 민원성 신고인 ‘코드3’는 5532건으로 30%를 넘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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