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오피아의 왕비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진 나머지 신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분노한 제우스는 하데스를 내세워 인간세계에 재앙을 내리고, 어부로 살아가던 페르세우스도 양부모를 잃는다. 그는 고통 받는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세계로 떠날 결심을 한다.
할리우드가 그리스 신화와 사랑에 빠진 모양이다. 올해 초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을 내놓은데 이어 1일엔 페르세우스 신화를 3D로 옮긴 ‘타이탄’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테세우스 신화를 소재로 한 ‘워 오브 갓’,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그린 ‘헤라클레스: 트라키안 전쟁’은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제작 중이다. 영웅 이아손과 아르고호 선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거노츠’는 신화 그대로의 버전과 현대의 보물사냥꾼이 이아손의 침몰한 배를 찾던 중 고대 그리스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두 버전으로 준비 중이다.
호머가 ‘일리아드’에서 노래한 트로이 전쟁을 다룬 ‘트로이’와 역사적 사실인 테르모필레 전투를 그린 ‘300’까지 포함하면 그리스와 신화 세계가 할리우드의 영화에 한 흐름이 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할리우드의 이 같은 흐름을 영화관계자들은 슈퍼히어로 장르의 한 변주로 해석한다. 마블과 DC코믹스 등 만화에서 빌려온 초영웅들이 한계에 이르면서 신화 속에서 초영웅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대든 과거든 특별한 힘을 가진 영웅들이 역시 특별한 힘을 가진 적을 무찌르고 인간을 구하는 이야기. 결국 초영웅이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타이탄’은 신들에 맞선 페르세우스의 영웅담을 그린 서사액션 블록버스터. 여기에 ‘타이탄족의 멸망’ 신화가 곁들여진다.
극 초반 영화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은 신의 창조물인 동시에 신은 인간의 경배 위에서만 생명력을 얻는 존재다.’ 인간의 왕들이 신을 경배하지 않자 분노한 제우스는 하데스를 시켜 인간 세계에 죽음의 재앙을 내린다. 페르세우스는 이런 신의 횡포에 맞선다. 그는 제우스의 아들이지만 힘의 상속을 거부하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이다.
페르세우스는 신들에 대항할 힘을 얻기 위해 금지된 땅으로 모험을 떠난다. 이 모험에서 만나는 괴물들이 영화의 볼거리.
머리카락이 뱀, 온몸이 금빛 비늘로 뒤덮인 메두사는 활과 방패로 무장하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괴물로 그려졌다. 메두사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태어난 천마(天馬) 페가수스는 그간 그려졌던 백마에서 벗어나 몸통과 활짝 편 날개가 온통 검은색인 흑마다. 하데스의 살에서 태어난 거대한 해저괴물 크라켄과 그에 못지않은 거대 전갈이 페르세우스의 앞길을 막아서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태어날 때부터 백발노파의 모습을 하고, 세 자매가 한 개의 눈과 이빨을 돌려서 사용하는 신화 속의 그라이아이도 스크린에 탄생했다.
신들의 왕 제우스, 지옥의 신 하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혜의 여신 아테나, 태양의 신 아폴로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여기에 신탁이 두려워 페르세우스를 버린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우스와 미모를 자만하는 어머니 때문에 제물로 바쳐졌다가 페르세우스의 도움을 받는 안드로메다, 신화 속에선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염소가 된 여인이지만 영화에선 미래를 예언하는 힘을 가진 페르세우스 모험의 안내자 이오 등 신화 속의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터미네이터 4’ ‘아바타’의 샘 워싱턴이 페르세우스를,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 제우스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랄프 파인즈가 하데스를 연기한다. 이오 역은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걸 젬마 아터튼, 메두사는 러시아 출신의 슈퍼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가 맡았다.
‘단 한순간도 정적이 카메라 무빙이 없다’는 자랑처럼 롤러코스터 액션이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대신 긴장 속의 이완이 주는 가슴 찡한 여운과 성찰이 없다. 1981년에 만들어진 ‘클래시 오브 타이탄’을 리메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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