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구]안중근 묵필, 왜 일인 손에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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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구]안중근 묵필, 왜 일인 손에 갔는지?

[기고]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

  • 승인 2010-04-01 14:38
  • 신문게재 2010-04-02 20면
  • 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
필자는 1989년에 국회의원 자격으로 일본 동경에 간 일이 있다. 자신이 한국계(來渡人)이며 자기조상의 한국 성은 진씨(秦氏)라고 소개하고 친한파로서 한일양국은 친선유대하고 공동번영의 길로 가야한다고 서슴없이 외치던 젊은 국회의원(魚住汎英)을 만났다.

▲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
▲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
그는 나에게 한국영화나 드라마는 일본에 상영기피현상이 일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본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일본가요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한일간 문화교류촉매차원에서 한일합작영화시나리오 한권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실현되도록 노력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 시나리오 제목은 '安重根과 日本兵丁'이었다. 시나리오는 안중근 의사를 일본 최고 지도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저격사살 테러범으로 부각하지 않고 동양삼국(한·중·일)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하여 의롭게 살신수범(殺身遂範)한 철학자이자 의사로 부각시켰다.

안 의사가 의거 후에 권총을 버리고 순순히 포박을 받은 후 만주 남단에 있는 여순 일본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재판 중 악명높은 여순감옥에 수감되면서 일본정부는 이 여순감옥에 특별경계령을 내리고(최근 일본정부문서공개)특수부대 상사 한 사람을 골라 안 의사 감시를 전담하게 했다고 한다.

그는 안 의사에 대한 감시뿐 아니라 안의사의 심리적변화를 관찰하기 위하여 수시로 안 의사의 독방을 드나들면서 안 의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안 의사가 요청하는 서적, 신문, 벼루, 붓, 종이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병정은 안중근 의사에 심취되어 안 의사를 존경하는 경지를 넘어 동양의 위인(偉人)으로 숭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옥중에서 쓴 모든 묵필은 이 병정에게 수교했으며 그래서 이 소중한 역사적 자료는 일인들 손에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이 병정은 안중근 의사가 처형되고 난 후에 원대복귀하고 얼마 후에 퇴역하여 일본 고향에 돌아가 은퇴생활을 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인간성과 통찰력을 살려 자신이 근무할 때의 일기장을 보완해서 '안중근과 일본병정'이라는 제호의 원고를 그 아들에게 넘기며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원고는 아비가 꼭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며칠 후 아비는 죽을 것이다. 네가 아비를 대신하여 이 원고를 출판해달라.” 슬하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그 원고를 어느 문학가에게 주었고 그 문학가는 이를 영화 시나리오로 엮었다는 것이다. 그 원고에는 이러한 구절도 있다.

병정 일본군의 상급자는 안중근씨를 만고의 역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이럴 때 나는 어찌하면 됩니까?

안 의사 군인은 군인본분에 충실하여야 한다. 상급자가 하라는대로 처신하면 된다. 나는 자네가 어찌하든 총살당할 운명인 걸…

하면서 화선지에 묵필을 써 일본 병정에게 주었다.

“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휘호였다.

“國家安危 心焦思”라는 휘호와 상통한다.

재판 중에 안중근 의사는 “나는 大韓義軍 參謀中將이다. 軍人은 敵將을 죽이는 것이 본분이다. 나를 제네바협정에 따라 포로로 취급하고 대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열강의 묵인 하에 한일합병은 이루어지고 안 의사는 사형판결을 받게 된다.

안 의사는 면회 온 가족에게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지(旨)의 말씀을 남겼다고 한다. 언젠가는 한국이 해방되어 국권을 회복하고 한일간은 협력시대가 올 것이라는 미래를 미리 내다본 것이라고 풀이하고 싶다.

안중근 의사의 자녀들이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집요한 계략에 휘말려 본의아니게 당시 남산에 있던 이등박문을 기리던 박문사에 끌려가 사죄하는 굴욕을 당한바 있다고 해서 그것을 친일했다고 일부 언론에 비친 일이 있다. 그것이 왜 안중근 의사를 폄하하는 개칠이 되어야하나?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분, 33인의 민족대표였던 인사, 시일야 방성대곡이라는 피를 토하는 사설을 쓰고 신문을 폐간한 주인공들도 후에는 마지못해 친일적 행동을 했다고 민족반역자 대열로 함부로 팽개치면 민족정기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안중근과 일본병정이란 시나리오는 필자가 가지고 와서 영화화하려 했는데 당시 13대 국회의 영화계 출신 최 모의원에게 넘겨주었다. 당시 한국정부의 대일감정과 국민정서를 눈치보던 문화당국자들의 소극적대응과 최 모의원의 고집(제작과 감독, 주연고집)으로 흐지부지되고 그 시나리오도 최의원에 의해 찾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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