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한]고장난명(孤掌難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요한]고장난명(孤掌難鳴)

[목요세평]이요한 목원대 총장

  • 승인 2010-03-31 14:16
  • 신문게재 2010-04-01 20면
  • 이요한 목원대 총장이요한 목원대 총장
사람은 눈이 둘이다. 그런데 사람이 혜안(慧眼)을 지니지 못한 관계로, 두 눈으로 사물이나 현상의 한 가지 측면만을 도드라지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오늘 풀어 쓰고자 하는 고장난명이라는 사자성어 역시 마찬가지다.

▲ 이요한 목원대 총장
▲ 이요한 목원대 총장
'한 손바닥으로는 소리를 내기 어렵다' 또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로 풀이 되는 이 글귀를 우리는 부정적 의미를 위주로 사용할 때가 많다. 즉, 사람들 간의 다툼이 일어났을 때 어느 한쪽이 아닌 둘 모두에게 일정 부분의 잘못이 있다고 말할 때, 이 글귀를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독장난명(獨掌難鳴)이라고도 쓰이는 이 글귀의 유래를 찾아보면 부정보다는 긍정의 의미를 지닌 글귀임을 알 수 있다. 한비자(韓非子)의 공명편(功名編)에 나오는 이 글귀는 두 사람이 협력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군주가 큰 뜻을 이루려 하여도 신하가 힘을 합하지 않으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군주가 신하를 부리기보다는 신하의 능력을 인정하게 되면, 신하는 군주에게 충성을 다하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어, 결국에는 둘 모두가 품었던 국민의 안락한 삶이라는 공공선(公共善)이란 큰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지위와 역할은 달라도 두 사람이 뜻과 힘을 합칠 때 둘 모두 더 나아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큰 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의미를 지닌 고장난명이란 네 글자를 우리는 왜 자꾸만 싸움이라는 부정적 상황에만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을까? 필자는 '콩 한쪽도 나눠먹던 공동체 사회'가 '너를 이겨야 내가 살아남는 경쟁사회'로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을 통한 공생(共生) 보다는 경쟁에서의 승리에 더 높은 가치를 두게 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인간은 자신의 본능을 충족시키고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과 싸울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한 것처럼, 경쟁사회 속의 우리는 협력과 조화보다는 경쟁과 다툼을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협력이라는 조화로운 관계보다는 싸움이라는 경쟁적 관계에 더 익숙한 우리들이 고장난명의 좋지 않은 뜻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로 보이기도 한다.

'사람 인(人)' 자에서 보듯이, 우리는 원래 서로 기대어 서지 않으면 안 되는 매우 불완전한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본연지성(本然之性)을 망각한 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고, 같은 방향으로 뛸 때도 오직 이기려고만 한다.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애를 쓰고 또 애를 쓴다. 심지어 남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고, 남을 짓누르면서까지 윗자리에 오르려 한다.

그 자리가 갖는 의미와 책무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그 자리에만 오르려 갖은 수단을 다 쓴다. 그 자리에 오른 후에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원리를 따르기까지 한다. 이렇듯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혼자 달리면, 달리는 동안 얼마나 외로울 것이며, 달려간다 한들 큰 뜻을 얼마나 이룰 것인가? 아마 달리다 지쳐 포기하기거나, 달리는 길 위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며, 결국에는 당초의 목표도 잊어 버린채 멍하니 하늘만 쳐다볼 것이다.

그런데 고장난명이란 글귀는 서로 힘을 합해야 한다는 협력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귀에서는 협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큰 뜻 즉, 협력의 목표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은밀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 글귀에는 협력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자신을 위한 사익(私益)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익(公益)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기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큰 뜻을 세우고, 내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길 수 있도록 어깨동무하고 걸으라고 옛 선인들은 이 글귀를 통하여 우리에게 권면하고 있다. 나와 내가 품은 뜻만을 생각하는 사람보다 우리와 우리 모두를 위한 뜻을 세우고 힘을 합치자고 외치는 사람이 많았으면 참 좋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