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준]초심경영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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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준]초심경영의 중요성

[수요광장]장현준 카이스트 지식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0-03-30 14:19
  • 신문게재 2010-03-31 21면
  • 장현준 카이스트 지식경영전문대학원 교수장현준 카이스트 지식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전 세계의 유명한 경영대학원에서는 예외 없이 기업가(起業家)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미 자리 잡은 회사를 어떻게 잘 경영하는가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창업을 해서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많은 대기업그룹도 창업 당시는 모두 요즘 유행하는 표현대로 벤처기업이었다. 그 기업을 창업한 창업가들은 2세 경영인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언제 기업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그들의 행동과 생각 하나하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 장현준 카이스트 지식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장현준 카이스트 지식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 시대 모든 기업경영의 화두인 이노베이션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강조하는 부위가 다르지만 필자는 역시 긴장하는 풍토에서 가능하다고 보려고 한다. 즉 위기의식이 부족하고 자만하는 기업풍토에서는 시늉에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세 경영인에게서는 창업자의 서릿발 같은 긴장을 느낄 수가 없다. 긴장은 기업이라는 조직을 책임지는 책임자의 철학과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내던지게 한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사태로 인한 미의회 청문회 이후 이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도요다사장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해 본 이후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도요다사장은 미의회 국회의원들의 신랄한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는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직후 방문한 켄터키의 도요타공장을 찾아 미국 현지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나 대리점 직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이제는 다시 가족을 만난 듯이 안도하고 있었다. 최소한 필자의 눈에는 도요다사장이 잘못하다가는 세계최고의 기업이 망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최근에 일본경제신문 한구석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읽었다. 세계 굴지의 지퍼메이커인 YKK의 중역과 신입사원과의 대화모임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업이 대화모임을 하게 된 이유가 재미있었다. 즉 미개척된 시장에 회사 직원들이 과감하게 도전하는 풍토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경영진이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거의 같은 날 다른 구석에는 서울발 기사로 삼성전자가 아프리카 오지의 신흥시장에 주재할 30대전반의 직원을 사내에서 모집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두 기업의 케이스에서 한국 기업이 더 초심경영에 충실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당연히 성급한 일이나 무언가 우리에게 긴장된 기업경영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최근 일본의 기업경영자 중에서 젊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모양만 번듯하고 보수도 많이 주는 금융서비스로 진출하면서 기술개발이나 제조업을 기피하는 풍토를 개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이른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가 지나가고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구조에서 일본경제 경쟁력의 원천으로 불렸던 '모노츠쿠리'(제조업)의 초심이 약화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필자는 일본의 기업인들은 아직 전후 경제부흥기의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국 실리콘 밸리의 성공 배후에는 아시아계 이민자와 유학생의 적극적 활용이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글로벌경제와 기술의 범용화라는 새로운 조류를 타지 않는다면 근세 일찍이 개화에 성공한 일본의 신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른다.

일본의 성공과 최근의 어려운 현실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다. 2세, 3세로 넘어간 많은 대기업집단이 이미 초심경영의 긴장의 끈을 놓고 있고 인구증가율은 세계최저 수준이다. 지금 당장은 도요타의 어려움이 우리에게 이득이 될 지 모르고 상대적으로 한국기업이 잘 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바람 부는 방향은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한일간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후계자가 없는 기술력있는 일본기업과 손을 잡아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볼 때다.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중 일본 기업인의 양자가 될 사람은 나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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