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영등포 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순수를 잃은 메마른 도시에서 오늘도 바다를 꿈꾸고 있다. 그는 “꿈을 꾸면 고향 바닷가에 내가 서 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거의 매일을, 병도 아닌 향수병을 앓아온 지 수년”이라고 고백한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헝어리(뒤웅박에 달려 있는 해초 보관 그물망), 됫마(작은 배라는 뜻의 순우리말), 해침골(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골짜기), 고샅(촌락의 좁은 골목길), 정지간(부엌), 짝지(해변), 꽃가(화단) 등의 방언이나 엄지발가락이 삐죽 나온 '다이야표' 깜장 고무신을 신고 섬마을 골목을 누비는 섬 소년들 모습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정감 있게 다가온다.
소나기 퍼붓는 날, 수업을 하다 말고 교실에서 뛰어나와 미역이 젖을세라 미역을 둘둘 말아 걷어 올리는 소년의 모습이나, 육지에서 전학 온 현숙이를 위해 섬 소년들이 바다에 나가 잡아온 물고기로 멋진 '해변식당'을 차리고 축제를 벌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우럭 다섯 뭇(50마리)을 팔아 산 축구공으로 산꼭대기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 말썽꾸러기로 소문난 동네 형들이 신성한 제단에 바칠 홍어를 '물고기서리'하는 모습, 수업료를 몽땅 국숫발 삼키는 데 써버린 친구의 이야기는 이 책만이 줄 수 있는 별미다.
특히 저자는 흑산도에서 태동한, 학문과 문학에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1801년 신유박해 당시 흑산도에 귀양 와 그곳에 복성재(復性齋)를 짓고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저술활동을 하던 정약전(丁若銓·정약용의 형)의 어류 보고서 자산어보와 서유구의 난호어목지, 그리고 김려의 우해이어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부자였던 섬마을 아이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추억과 낭만, 그리고 행복을 전한다. 멘토프레스/황용희 지음/246쪽/1만원
/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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