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여행·칼의 노래 |
그러면서 드라마 배경화면에 김훈이란 원작자 이름을 뽑아서 기억하게 되었다. 이 드라마 방영 당시 경영학, 심리학 관점 등 장군에 관한 저작들이 여러 가지 형식으로 유행처럼 세상에 쏟아져 나왔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남한산성을 읽게 되었다. 그 내용 역시 주인공들의 심리적 변화를 예리하게 추리해가는 작가의 혜안과 사물을 남다른 눈으로 펼쳐가는 독특한 문체를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다.
그 책을 읽고 습관처럼 이 작가가 쓴 다른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제목을 단 수필집이 40대 가장에게 다가왔다. 소제목 하나를 책제목으로 단 수필집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내 놓기 좋아하지 않는 돈에 대한 현실적 사고와 철학이 두껍게 때론 일상적인 가벼움으로 손톱에 낀 때처럼 묻어 나왔다. 나와 같다는 생각, 내 생각을 들킨 것 같은 생각과 경제관념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에 든 것이다.
바로 그 다음에 손에 잡은 책이 이 기행문(자전거여행)이다. 다들 수채화 같다고 하지만, 땀 내음과 거친 숨소리, 두껍게 덧칠한 유채화 같은 느낌과 대자연에 대한 연민이 더욱 느껴진다. 작가의 말대로 풍륜(風輪)=두 바퀴를 밟으면서, 두 발로 밟아서 그린 위대한 대동여지도의 벅찬 가슴을 배경화면으로 문학여행을 떠난다.
이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둘 있는데, 하나는 아름다움을 보는 관광이고 또 하나는 우리가 흔히 과학이라고 말하는 물리, 생물, 지구과학, 화학이라고 한다. 이 책 속엔 오르막, 내리막, 고개에서, 그리고 우리들이 딛고 사는 이 땅과 흘러가는 냇물, 강물, 이 세계관 모두가 들어있다. 이 칼럼을 쓸 겸 칼의 노래를 결국 읽었다. 소설 이순신이라고 부제에 나온 책이다. 이동 경로와 전투상황은 지명과 지형도를 '구글 어스' 프로그램으로 밀고 당기고 찾아가면서 분석하며 읽기도 했다. 장군의 승리전략과 지리와 상당히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군량조차도 조정에서 받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싸울 사람과 그들을 먹일 식량과 싸움배와 무기를 조달하고 유지하고 지켜내려면 그만한 땅과 지형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맹자 왈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무리 기상과 방위, 시일의 길흉 같은 것을 견주어 보아도 지키는 쪽의 견고함을 능가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요새가 지리적 여건이 충족된 땅의 이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지키는 이들의 정신적 교감, 즉 정신적 단결이 없으면 지키지 못한다. 즉, 민심(民心)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풍월을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1인칭 시점인 이 글을 읽어가면서 천시와 지리가 양 쪽 모두 같다면 어떻게 생각 했을까? 하고 장군의 시름과 전략을 동일시 해보기도 했다.
두 책 모두 땅과 지역, 지리, 즉 국토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현의 노래를 읽을 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