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청년유니온노조 출범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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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청년유니온노조 출범에 부쳐…

[중도마당]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0-03-29 14:12
  • 신문게재 2010-03-30 20면
  •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느 날 연구실에 필자의 노동법 강의를 듣는 학부 학생이 찾아왔다. 학교 근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자신이 받는 대우가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명 최저임금법이 있는데, 자신은 최저임금 이하의 시간당 임금을 받고 있고,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항상 한, 두 시간씩 늦게 퇴근하지만 초과근로수당은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며칠 후 그 학생이 또 찾아왔다. 사용자에게 노동법대로 해달라고 요구하니까,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매년 학생들로부터 이와 유사한 상담을 몇 차례씩 받고 있다. 임금체불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아직 세상경험이 없고 때묻지 않은 학생들이 '생각이 다른' 어른들에게 법을 들먹이며 자신의 권리를 요구한다는 것은 우리 문화와 정서상 쉽지 않다. 그 뿐 아니라 일단 학업에 전념해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시간과 노력이 드는 권리구제절차를 밟으며 사용자와 계속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어려워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적지 않은 숫자의 학생들이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여전히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을 하며 위의 사례와 비슷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25~34세 인구 중에서 전문대 이상 대학 졸업자들의 비율은 55.5%에 달하는데, 지난 달 청년 실업률은 10%였다. 하지만 체감 청년실업률은 훨씬 높다. 소위 '백수(白手)'나 취업준비생 또는 실직과 불안정 취업을 반복하고 있는 경우 잠재실업자로서 공식적 실업자통계에도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졸자들이 대기업만 선호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다고 개탄하지만, 무조건 젊은이들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고학력자만 양산하고 막상 그들을 활용할 일자리는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것도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아르바이트생, 인턴, 청년실업자, 취업준비생, 단기취업자, 비정규직 등 소위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15~39세 청년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청년유니온' 노조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서가 반려되긴 했으나, 실체를 갖고 법외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노조는 일반적인 노조와는 그 출발점과 성격이 다르다. 일반 회사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노동법이 보장하는 수준 이상의 것을 쟁취하기 위하여 조직된 것이다. 그러나 청년유니온 노조는 세대별 연대의식에서 출발한 노조로서, 그 구성원들도 노동시장에 아직 진입조차 하지 못한 취업준비생이거나 불완전취업자들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 정당한 대우를 받겠다는 것이 설립취지이자 목적이다. 기업을 상대로 임금인상 협상을 하고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노조나 귀족노조 얘기는 그들에게는 '먼 나라 이웃나라' 얘기다.

청년유니온노조를 '짱돌을 든 분노한 젊은이들' 정도로 치부하고 그들의 정치세력화를 우려하여 통제만 하려 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역으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군침을 흘린다면 이는 진보든 보수든 기성세대가 할 일이 아니다. 누가 그들을 연대하게 했는가, 무엇 때문에 그들은 연대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장으로 내몰아버린 것은 결국 기성세대다. '각자 경쟁력을 키우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니, 각개전투로 돌파하라!'는 말은 치열한 불안을 겪고 있는 그들에게 공허했기 때문에 연대한 것이다. 당장 일자리는 못 줄 망정 청년유니온노조가 본래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청년유니온노조도 정부의 일자리창출 의지와 노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이면서도 건전한 비판과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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