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직원이 80세를 일기로 지난해 작고한 어머니가 평생을 손에서 놓지 않고 외우던 ‘여훈계(女訓誡)’를 대전시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 내 한국족보박물관에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여훈계는 일종의 계녀서(戒女書)로 중구청 박헌무(새주소담당)계장이 문중 족보와 함께 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계녀서란 친정부모가 시집간 딸에게 시집살이를 하는 동안 여자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지켜야할 부녀의 도리와 행동거지(行動擧止)를 글로 써 준 것을 말한다.
박 계장이 공개한 여훈계는 충청지역에선 보기 드문 4.4조형식의 계녀가사(戒女歌辭)로 작자와 연대가 확실하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족보박물관 자문위원장인 송백헌 충남대 명예교수는 “계녀서를 지어 딸에게 읽히고 시집갈 때 가져가도록 한 것은 양반가에서는 흔한 일이었지만 이처럼 계녀서가 최근에 지어졌다는 것과 충청지역 다른 것들과 달리 4.4조 가사형식이며 아버지가 직접 딸을 위해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여훈계를 읽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는 박 계장은 “여훈계대로 살다 가신 어머니는 주변사람들에게 늘 ‘우리 아버지가 쓴 여훈계에 의하면…’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책 내용을 실천하며 사셨다”고 회고했다.
이 책은 박 계장의 외조부인 이기준이 직접 지은 것으로 박 계장의 어머니 이종석씨가 태어나기 전인 1929년에 쓰고는 일찍 작고해 박 계장의 어머니에게는 아버지의 유훈과도 같다.
박 계장의 어머니 이 씨는 일제 강점기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다섯 살에 가난한 박 씨 집에 시집가 슬하에 7남매와 전사한 시동생의 딸 둘까지 9명의 자식을 불평 한마디 없이 키워냈다.
박 계장과 그의 형제들은 다음달 17~18일 뿌리공원에서 열리는 효문화뿌리축제에 맞춰 여훈계를 해제한 책자를 발간해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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