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어머니들이 따랐던 ‘여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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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어머니들이 따랐던 ‘여훈계’

중구청 박헌무씨, 부녀도리 담은 '계녀서' 족보박물관 기증

  • 승인 2010-03-28 14:08
  • 신문게재 2010-03-29 22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부모에게 효도하고/형제간에 우애하고/일가친척 화목하고/향당이웃 화목하라. 이 말씀을 명심하여/뼈에 새겨 잊지 마라.”

중구청 직원이 80세를 일기로 지난해 작고한 어머니가 평생을 손에서 놓지 않고 외우던 ‘여훈계(女訓誡)’를 대전시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 내 한국족보박물관에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여훈계는 일종의 계녀서(戒女書)로 중구청 박헌무(새주소담당)계장이 문중 족보와 함께 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계녀서란 친정부모가 시집간 딸에게 시집살이를 하는 동안 여자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지켜야할 부녀의 도리와 행동거지(行動擧止)를 글로 써 준 것을 말한다.

박 계장이 공개한 여훈계는 충청지역에선 보기 드문 4.4조형식의 계녀가사(戒女歌辭)로 작자와 연대가 확실하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족보박물관 자문위원장인 송백헌 충남대 명예교수는 “계녀서를 지어 딸에게 읽히고 시집갈 때 가져가도록 한 것은 양반가에서는 흔한 일이었지만 이처럼 계녀서가 최근에 지어졌다는 것과 충청지역 다른 것들과 달리 4.4조 가사형식이며 아버지가 직접 딸을 위해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부모와 지아비, 시부모를 섬기는 도리와 형제․친척 간 화목하는 도리, 자식을 가르치는 도리, 제사를 받드는 도리, 의복과 음식을 만드는 도리, 말을 조심하는 도리, 손님을 대접하는 도리, 재물을 절제 있게 쓰는 도리 등이 담겨 사대부가 부녀자들의 행동을 규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여훈계를 읽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는 박 계장은 “여훈계대로 살다 가신 어머니는 주변사람들에게 늘 ‘우리 아버지가 쓴 여훈계에 의하면…’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책 내용을 실천하며 사셨다”고 회고했다.

이 책은 박 계장의 외조부인 이기준이 직접 지은 것으로 박 계장의 어머니 이종석씨가 태어나기 전인 1929년에 쓰고는 일찍 작고해 박 계장의 어머니에게는 아버지의 유훈과도 같다.

박 계장의 어머니 이 씨는 일제 강점기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다섯 살에 가난한 박 씨 집에 시집가 슬하에 7남매와 전사한 시동생의 딸 둘까지 9명의 자식을 불평 한마디 없이 키워냈다.

“늘 여훈계를 곁에 두고 사셨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책을 꼼꼼히 살펴보니 감내하기 힘든 고난의 삶 속에서 여훈계는 어머니의 인생 교과서이자 삶의 지침서였다”는 박 계장은 “어머니가 여훈계를 실천하셨듯이 자식들도 이를 실천했으면 더 오래 사시지 않았을까 후회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계장과 그의 형제들은 다음달 17~18일 뿌리공원에서 열리는 효문화뿌리축제에 맞춰 여훈계를 해제한 책자를 발간해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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