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만]남유럽의 재정위기와 우리의 대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육근만]남유럽의 재정위기와 우리의 대응

[경제칼럼]육근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승인 2010-03-28 12:54
  • 신문게재 2010-03-29 21면
  • 육근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육근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2008년 하반기 시작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순식간에 패닉상태에 빠지자 각국 정부들은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들을 잇달아 쏟아냈다. 위기가 진행되면서 각국의 정책대응 강도도 높아져 막대한 재정이 금융기관 구제와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되었다. 그 결과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는 재정위기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이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 육근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 육근만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가장 먼저 문제가 불거진 국가는 그리스였다. 고질적으로 취약한 국가재정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더욱 악화되자 채무상환능력이 의심을 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그리스 국채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서둘러 재정안정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공공부문의 임금 삭감, 연금지급 축소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국민의 고통분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재정위기의 불안감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인접해 있는 남부유럽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주가와 환율이 급변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가 재정위기가 또 한 번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일단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절대적인 수준에서 볼 때 높지는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2008년 OECD 국가의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평균이 78.7%임을 감안할 때 2009년말 기준으로 35.6%(기획재정부 전망)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양호해 보인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는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이번 위기상황에 훌륭히 대처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단순비교로 국가별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2009년 국가채무비율이 112.6%인 반면, 일본은 동 비율이 200%를 넘었으나 아직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다. 국가마다 감당할 수 있는 채무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적정 채무수준은 그 나라의 소득 규모 및 산업구조, 대외의존도 등 처한 경제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을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1인당 국민소득도 아직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도 결코 작은 수준이 아닐 수 있다.

국가채무 증가속도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증가한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가 위기 이전부터 가속화된 현상이라는 데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1997년 12.3%에서 2009년에는 35.6%까지 급상승했다. 1997~2008년중 OECD 국가들의 국가채무비율이 71.1%에서 78.7%로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공기업 부채가 국가채무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자산 증가를 수반하는 공기업 부채를 무조건 국가의 채무로 인식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은 측면이 있고 국제기준에서도 아직까지는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주요 국책사업들이 정부가 아닌 공기업에 의해 추진되고 있고 공기업의 부채 증가가 부실로 이어지면 결국 재정이 이를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기업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계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상존하는 현 상황에서 단기간에 재정정책의 기조를 긴축으로 돌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중장기적으로 볼 때도 고령화에 따른 세수기반 약화와 사회복지부담 증가 등으로 국가채무는 더욱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경제성장에 적정한 국가채무수준에 대한 연구와 중장기적인 재정안정계획을 바탕으로 국가채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인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5.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