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형 천양원 원장 |
얼굴없이 대가도 바라지 않는 '무상보시'를 실천했던 것이다. 무상보시란 자기가 남을 돕고도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높은 기부의 경지를 뜻한다고 한다. '대종경 변의품 28장'에서 대종사는 유상과 무상보시를 묻는 질문에 “유상보시는 거름을 위에다가 흩어주는 것 같고, 무상보시는 거름을 한 후에 묻어두는 것과 같느니라”라는 가르침을 통해 불교의 나눔의 진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 기독교에서의 나눔의 진리는 무엇일까?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면서 구제에 대해서는 네 오른손이 하는 선행을 왼손이 모르도록 은밀하게 할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선행은 하늘에 쌓는 보화라고 했다. 위 두 종교의 나눔에 대한 가르침은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교과서에 나눔을 실천한 세 사람의 인물이 소개됐다. 한 명은 불교도로서 평생 김밥장사로 모은 재산 50억원을 충남대에 기부한 '김밥 할머니'의 고 정심화 이복순 여사이고, 다른 두 명은 기독교 신자였던 고 유일한 박사와 동화작가 고 권정생 선생이다.
한국기업의 선구자인 고 유일한 박사는 1926년 “건강한 국민만이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유한양행을 창업해 1971년 작고할 때까지 유산을 자녀들에게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유한학원과 유한재단을 설립, 이윤을 사회에 환원했다.
또 고 권정생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귀국했지만 빈곤으로 가족들과 헤어져 행상을 했고, 결핵에 걸려 떠돌이 신세가 돼 걸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경북 안동시 일직면에 정착해 그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 살며 16년간 종지기를 하면서 32세 때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해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몽실언니 등의 많은 작품을 남기고 2007년 5월 세상을 떠났다. 그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죽여 남을 살려냄으로써 결국 자신이 영원히 사는 그리스도적인 삶을 그려 내고 있다. 그는 죽기까지 16.5㎡(5평)짜리 흙집 단칸 방에서 살다가 유산으로 10억 원과 매달 인세 1000만원을 북한 어린이 돕기에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러한 미담을 비롯해 매년 연말연시 2개월 동안 각 지역의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기부되는 성금이 3000여억 원이 모아진다는 사실과 전국의 수많은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기부자들의 선행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복지 국가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는 올해 여고를 졸업한 우리시설의 P양의 자립을 위해 남 몰래 거금을 보험에 불입해주면서 직장까지 책임져주고 있는 S한의원 원장님의 선행을 알고 크게 감동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은밀하게 숭고한 선행을 실천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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