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서자는 영원한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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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서자는 영원한 서자

진천 송씨 족보, 서자 이름에 娶(취)붙여 표시해 내달 17일 한국족보박물관서 1850점 일반 공개

  • 승인 2010-03-23 18:06
  • 신문게재 2010-03-24 7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한번 서자는 영원한 서자다.”

오는 4월 17일 대전시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 내 한국족보박물관에서 일반에 첫 공개되는 진천(鎭川) 송씨(宋氏) 족보를 보면 서자(庶子) 본인은 서자로 적고 그 자식과 후손들에 대해서는 이름 아래 ‘취(娶)’를 붙여 서자의 자식임을 표시한 것을 볼 수 있다.

1799년 제작된 이 족보에는 그나마 딸 다음에 서자를 올려주었지만 당대 대부분 족보들은 아들만 기재하거나 아들을 모두 기록한 뒤 딸을 써주었다.

우리나라 성씨의 기원부터 5000년 역사 속 한국인의 인명을 총망라한 족보들을 수집 전시하는 한국족보박물관에 가면 전국 82개 성씨별 문중에서 기증한 1850여점의 다양한 족보들을 볼 수 있는데 이중 눈여겨 볼만한 자료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우선 1825년 간행된 양주(楊州) 조씨(趙氏)족보는 당대 사가들이 목활자를 사용한데 비해 철활자로 인쇄한 희귀자료로 평가되며 곡부(曲阜) 공씨(孔氏)가 본관을 바꾸기 전인 1725년 만들어진 창원(昌原) 공씨 족보에는 사위 집안을 4대까지 표기해 눈길을 끈다.

이 시기 창원 공씨 족보들은 현재 전국 각 지역의 시.도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만큼 보존가치가 높은데 1800년대 초기 다른 족보들이 아들을 먼저 적은 후 딸을 기록한 데 비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출생 순으로 올린 것이 특징이다.

▲ 은진송씨부인이 필사한 별숙향전
▲ 은진송씨부인이 필사한 별숙향전
또 간행자로부터 자신의 직계만을 기록한 성씨별 세계도 중요자료로 평가되는데 대전시의회 권태환 전문위원이 기증한 안동(安東)권씨(權氏)세계(世系)를 보면 최초 간행자로부터 26대 시조까지 기록했으며 한자와 한글로 적어 세계의 시대별 변천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족보박물관에는 족보 외에 조선시대 사마시(司馬試) 급제자의 명부인 사마방목(司馬榜目)과 문중에서 역대 과거에 합격한 사람들의 명단을 시기별로 작성해 놓은 등과표(登科表)가 있는데 이중 무보(武譜)에는 덕수(德水) 이씨(李氏) 이순신이 무과에 합격함으로써 그의 가계를 8대조까지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무보는 조선시대 무관(武官)들의 인명록으로 문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천시됐던 무관의 출신 집안과 가계를 기록함으로써 무반가의 자부심을 과시하고 무관 명문집안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족보가 아니면서도 족보박물관의 최고 보물로 꼽히는 ‘별숙향전’을 빼놓을 수 없다.

족보박물관에 있는 별숙향전은 이완용 총리대신의 장모인 은진 송씨 부인이 필사한 것인데 이에 대해 족보박물관 심민호 학예사는 “별숙향전, 숙향낭자전, 이태올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숙향전은 춘향전, 심청전 등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소설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고전소설들이 필사자를 알 수 없는데 비해 족보박물관의 별숙향전은 은진 송씨 부인으로 필사자가 명확해 고소설사적으로 연구가치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족보박물관은 전국의 문중과 시민들로부터 기증 받은 족보, 문집류, 고문서, 탁본 등 532건 1850여점을 오는 4월 17~18일 열리는 제2회 효문화 뿌리축제 기간 중 준공기념 기증유물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 /임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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