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헌적으로 집시법을 개정할 몫을 국회로 넘긴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에서는 올해 2월 집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야간 집회시위 전면 허용, 소음·장소 규제 조건부 허용, 금지시간을 오후 11시 이후로 축소 등 3가지 안을 내놨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야가 활발히 논의를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 세종시 문제, 지방선거 등 당면 현안에 매몰돼 각 당의 입장만 제출되었을 뿐 토론을 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올 6월말까지 개선입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7월부터 야간집회 금지규정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경찰에서 야간집회를 제한한 법률적인 근거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야간집회 제한규정이 없으면 심야에 주택가에서 집회가 열려도 경범죄로 처벌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간집회 규제 문제는 한국의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쟁점이다. 때문에 야간집회에 관한 논의를 통해서 민주주의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가 갖는 의미, 법치주의의 의미 역시 제고될 수 있다. 집회, 시위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거나 정당한 주장을 위해서는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집시법 개정문제에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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