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도 우리나라 주류 언론이 회피한 이슈 중 하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008년 한일정상회담을 보도하면서 당시 일본의 후쿠다 총리가 “(독도의 일본명인) 다케시마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1886명의 시민소송단은 “근거 없는 보도로 한국인의 자존의식에 상처를 입었다”며 요미우리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와대는 “이 논란은 양국 정부 모두 사실무근임을 확인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7일의 서울중앙지법 변론기일을 앞두고 요미우리는 해당 기사가 확실한 취재를 근거로 한 것이며 내용도 사실이고 오보는 말도 안 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대통령은 자국의 영토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요미우리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국가적 의제가 된다. 사실이 아니라면 정부 차원에서 이 우파신문의 악의적 허위보도를 바로잡아 일본 '매파'의 집요한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야 한다. 더구나 현 정부는 국가를 정상화하겠다며 광우병 촛불시위 참여 단체를 발본색원하고 미네르바 등 인터넷 논객을 잡아들이고 '회피 연아'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누리꾼마저 색출해 엄단하려 하지 않았던가.
인터넷은 들끓었지만 주류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뒤늦게 보도에 나섰으나 논란의 경위와 맥락, 쟁점은 거세한 채 청와대 입장을 전하는 데 급급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역 나들이가 부쩍 늘었다. 가는 곳마다 선심성 지역개발 방안을 보따리 풀듯 내놓고 있다. 야당은 '지방선거용'이라 비판하지만 대다수 지역언론은 기대 섞인 환호로 답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전을 방문한 지난 10일 우리 지역 방송과 다음날 신문 보도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우리 지역에선 지난해 12월 7일 대통령과 지역언론사 편집·편성국장들 간의 간담회 이후 세종시 관련 보도의 논조가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역신문 보도를 촘촘히 모니터한 뒤 지난 1월10일 각 언론사 담당기자에게 보도 태도가 달라진 이유를 묻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참고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무총리실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총리실은 이미 지난해 세종시 홍보비로 8억5000만 원을 책정해 집행한데 이어 2010년에는 5억5000만 원이 증액된 14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중 6억 6700만원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직후인 지난 1월 12일 우리 지역 언론 등에 집행했다.
언론을 전공한 탓인지 언론이 사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본다. 그래서 언론이 무엇을 어떻게 보도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무리 언론사 고유의 권한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김예슬의 선언을 소리없는 메아리로 만들고 권력자의 안위를 돌보며 물질 앞에 고개를 숙이는 데 부끄럼 없는 언론이 어떻게 시대의 파수꾼 노릇을 할 것인가? 어느새 우리 언론은 너무 쉽게 반면교사로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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