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작품(?) 치료하는 보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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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작품(?) 치료하는 보존실

<미술관 훔쳐보기>

  • 승인 2010-03-23 14:14
  • 신문게재 2010-03-24 11면
  • 김문정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김문정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소장품 보존 관리로 수명연장 시켜
신소재 작품 재료 데이터화 '과제'
권장환경 유지 등 관리시스템 필수


미술관의 주인공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시장 조명 아래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작가의 생명을 나눈 작품들은 작가 혹은 소장가와 담당 학예사 그리고 미술관 스태프들의 정성스런 손길 하에 탄생 이후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관람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매 전시마다 작품 하나하나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시켜주고 미술관 자산인 소장품을 면밀하게 보존 관리하는 전문 인력의 산실이 바로 미술관 작품 보존실이다.

작품 보존실의 주요 기능은 무엇보다도 소장품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시켜 안전하게 보존 관리하는 것이다.

미술관의 소장품 보존은 크게 원형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의의 사고나 자연적인 노화현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전조치 개념의 예방보존(preventive conservation)과 이보다는 적극적인 성향으로 실제로 훼손된 작품을 치료한다는 의미를 갖는 복원(restauration)으로 구분된다.

20세기 초까지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주로 작업하였기 때문에 재료나 복원 기술면에서 큰 어려움 없이 복원처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들면서 작가들의 재료 사용이나 기법 등이 실험적이고 대담해지면서 체 검증되지 않은 신소재들이 즉각적으로 작업에 사용되고, 작가의 과도한 제작의도에 따라 어울릴 수 없는 재료들이 마구 혼합되어지는 등 기존의 전통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보존 문제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구성주의(constructivism)를 대표하는 작가 나움 가보(Naum Gabo)는 당시 사용의 편의성으로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대체 사용했다가 재료의 급속한 노화 때문에 극심한 균열과 변색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되었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 재료적으로 특이성이 있다고 판단되어지는 작품들은 서둘러 동일 재료들을 확보하고 작가와 인터뷰 후 재료와 기법에 대한 노트를 지속적으로 데이터화 하는 것이 현대미술작품을 책임지고 있는 보존실의 주요 과제다.

미술관의 작품은 관람객의 예기치 못한 이상 행위나 단순한 호기심, 관리자의 부주의로 인해 곤혹을 치를 때도 있다.

한 엄마는 예쁜 아이와 맘에 든 조각 작품을 최대한 밀착하여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 아이의 뒷발에 작품이 넘어져 산산 조각이 난 사례가 있었고, 빨간색만 보면 정신적으로 혼란에 빠지는 한 관람객이 전시장에 걸린 빨간색 모노톤의 캔버스를 보고 작품이 자신을 공격해 온 다는 착란 상태에 빠져 그만 주머니 안에 든 문구용 칼로 캔버스를 난도질한 끔찍한 사건(스테델릭 미술관의 바넷 뉴만 작품)도 발생했었다. 이와 같이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들은 관람객과 실무자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줄여나갈 수 있는 손상임으로 미술관은 각별히 신경을 써서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홍수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도 미리미리 예방하여 한번의 재난으로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미술관은 국제박물관협회가 권장하는 보존환경(온도 20±2°C/습도 50~55%)유지만으로도 작품을 안전하게 보존 할 수 있으므로 전문 인력 확보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몸에 이상기후가 느껴지거나 독감 주의보가 내려지면 자연스레 병원을 찾아가듯이 미술관 소장품도 아파 곪기 전에 예방해야 하고 혹여 지독한 병에 걸렸으면 제대로 수술해서 완쾌 후 건강한 활보를 책임져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시장 안팎에서 맘 조이며 세심하게 작품을 보살피는 보이지 않는 미술병원 닥터군단이 오늘도 시간 속에 기록된 작품의 본 모습을 후대에 전달하고자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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