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가장 은밀한 집단인 가정이라는 주제를 통해 왜 살아갈수록 상처투성이가 되는지를 말한다.
때문에 소설 속 인물들은 책의 제목처럼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잔인하고 참혹해서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일들을 겪어낸다.
신음소리 한번 내지르지 않고도 온갖 고통을 의연하게 버텨내는 이들은 꼭 괴로움을 겪어내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들처럼 보인다.
이 책에는 지하철 노숙자 신세로 살아가는 열세 살 어린 소녀의 처참한 현실을 다룬 저자의 등단작 '열세 살'을 비롯해, 바람난 친모에 의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진 소녀의 이야기 '순애보', 아빠의 빚을 갚기 위해 대리모를 자청한 여대생의 이야기 '엄마들', 병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자 남편에게 헤어짐을 통보하는 아내의 이야기 '환상통' 등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단편들은 하나같이 가정이 무너지면서 개인의 삶이 뿌리째 뒤흔들리는 무겁고 어두운 시간들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자조 섞인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제목은 원래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었다”며 “어떤 소설을 쓰고 싶으냐는 물음에 스스로 찾은 답”이라고 밝혔다. 문학과지성사/김이설 지음/284쪽/1만원 /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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