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별이 가슴을 후비며 들어오는 봄이기도 하다.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었던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헛헛해진 마음은 다시금 스님이 권했던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들쳐보게 한다.
법정스님이 나를 관조하는 나르시스적 행복을 추구했다면 이 책의 저자는 타인을 통한 행복찾기라는 명제를 갖고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이 다를 뿐 출발은 행복을 향해서였을게다.
그는 여행 중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행을 통해 인간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스물세 가지 배움을 얻게 된다. 그 중 첫 번째는 '행복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배움이다. 이 배움은 우리가 숱하게 많이 들었던 것이며, 앞으로도 수 없이 듣게 되거나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배움을 실천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독립된 개체로서 평가받기 보다는 상호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진정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우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비교한다는 것은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평정심을 잃게 되어 결국은 스스로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마치 행복하다는 것이 '더 우월하기 때문에' 또는 '더 많이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때문에 기쁘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비교해서 더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꾸뻬는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행복이란 물질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꾸뻬는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라고 역설한다.
꾸뻬가 말하는 행복 중 가장 마음 속 울림이 컸던 것은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지적이다. 삶에 있어서 목표는 많은 일들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행복은 그런 것과는 다른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덜 중요한 일들은 뒤로 제쳐 두거나 무시할 수 있지만 행복은 순서를 정해놓고 미래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이다.
또 의미 있는 것은 '행복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법정스님도 '삶은 순간순간의 있음이다'라고 표현했듯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딱 한 번뿐이고, 지금 이 만남은 일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만남이듯이 살아있음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 아니겠는가. 꾸뻬가 세계를 여행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것. 그 속에 동양과 서양이 닮아있음을 본다. 그것은 곧 이 세상사람 누구나 행복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봄 햇살을 마중하러 나가고 싶은 오후. 겨우내 쌓여있던 '행복'에 덮인 먼지를 털어내어 내 마음 속 서재에 고이 다시 정리함이 어떨까.
아직도 마음이 겨울 언저리를 서성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인 것을 느끼게 될 테니까.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다음 글이 당신에게 마법을 부릴 지도 모르겠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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