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중권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화합물은행'은 다양한 화합물을 보관하면서 신약개발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즉 최초의 효능검사에 물질을 제공해 연구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시발점을 제공한다. 비록 약으로 개발되지 못했더라도 연구과정에서 새롭게 합성된 화합물들은 다시 화합물은행에 보관돼 다음 기회를 기다리게 된다.
최근에는 물질의 특성에 따라 촉매나 소재의 개발에도 활용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10년 이상의 연구기간과 1조원 내외의 막대한 연구비가 소요되는 신약개발연구의 비용과 기간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화합물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세계 거대 제약회사들은 각각 최대 300만개 이상의 화합물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활용하고 있으나 중소제약사들이나 일반연구자들은 이용할 수 없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별로 화합물은행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화합물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SK(25만종), LG생명과학(5만종), BMDRC(1만종), KIST(5000종) 등에서 구축하고 있으나 자체 연구에만 활용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의 한국화합물은행만이 유일한 공공 화합물관리기관으로서 산·학·연 연구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한국화합물은행은 2000년에 한국화학연구원 내에 설립돼 국내에서 생산된 화합물을 중심으로 수집해 신약개발연구에 제공하고 있다. 2009년 말까지 국내·외 150개 기관에서 20만종의 화합물이 기탁·관리되고 있다. 초기에는 화학(연)등 출연연구기관의 위탁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 산업체, 학계의 위탁이 증가하고 있으며, Bayer, BRI, 뉴욕대, UCLA 등 해외기관과 대학에서도 위탁을 하고 있다.
화합물은 신약개발 연구과정에서 합성된 화합물 위주(70%)로 구성돼 있고, 국내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일부 구조의 화합물은 해외구매(20%)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이 물질들은 180개 기관의 340개 약효시험에 활용돼 5000종의 유효물질과 50여개의 산·학·연 공동연구과제를 도출했다. 현재 국제 화합물 시장에서 신약개발을 목적으로 합성된 화합물은 ㎎당 20~50달러로 평가받고 있으므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화합물의 시장가격만 추산해 보아도 약 250억원 정도가 된다.
각종 국가연구과제에서 연간 3만종 이상의 화합물이 합성되는 것으로 추정되나 화합물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연구자의 인식과 관리 인프라 미비로 인해 대부분의 화합물이 망실되거나 사장돼 왔다.
2001년 생체기능조절물질, 미생물유전체, 자생식물 등 3개 프런티어사업단과 화합물 기탁관리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고 2004년 7월에는 과학기술부의 연구성과물 기탁 및 등록제를 통해 한국화합물은행이 화합물 분야 중심기관으로 선정돼 독창적 신약개발 및 소재 연구를 위한 범국가적인 화합물 관리 및 활용체제 구축의 제도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위탁된 화합물은 화합물의 잠재적인 가치를 재창출할 수 있으며 이를 기초로 추진되는 후속연구에 참여하거나 화합물 위탁에 따른 일정 권리를 배분받을 수 있다.
한국화합물은행의 우리나라 고유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글로벌 신약의 개발로 국내 바이오 산업과 신약개발 연구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세대 신성장동력이 창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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