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성 공주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
1989년 동해시 국회의원 재선거를 치르면서 선거일이 불과 1주일밖에 안 남은 때에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전원을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고발했던 사실이 있다. 이것은 선거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고, 후보자를 전원 고발한다는 것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당선을 무효로 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는 우리 선거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계기가 됐다. 선관위는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다지며, 위반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본격화했다. 선관위는 한때 조사권이 삭제될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은 여론으로 확산했고, 선관위는 그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최근 각계각층의 평가와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선거질서에 괄목할만한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 선거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지 선거법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실천해야 할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 번째는 저조한 투표율이다. 선거는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이므로 유권자의 투표 참여야말로 선거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투표율을 보면 1995년에는 65.5%를 보였으나 그 후 3차례의 지방선거가 있었지만 모두 50% 내외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고, 대통령선거도 1997년 80.7%였으나 점점 줄어 2007년에는 63%까지 하락했다. 국회의원선거 역시 1996년 63.9% 이후 점점 떨어져 2008년에는 46.1%의 매우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투쟁의 산물이었다. 민주주의를 잘 가꾸어 시들지 않는 꽃으로 피워야 할 의무가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그리고 참여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다문화시대를 맞이해 100만이 훨씬 넘는 외국인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이들도 영주의 체류자격을 얻고 3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국제화 시대를 살면서 부끄럽지 않은 국민이 돼야 한다. 우리 국민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충분한 자질이 있다. 모두가 하나같이 현실을 판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함을 발휘하고 있다. 국민이 모두 선거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민주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투표율이 크게 반등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는 정책선거의 실천 즉, 바른 선택의 문제다. 우리나라도 2006년도 이후 '스마트(SMARTSpecific(구체성), Measurable(측정 가능성), Achievable(달성 가능성), Relevant(정책의 타당성), Timed(시기적 계획성))'로 지칭되는 한국형 매니페스토(Manifesto) 모델을 가진 정책선거 실천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앙선관위도 연구를 진행하며 여러 가지의 방안을 내놓고 있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우리나라의 선거혁명을 주도할 핵심적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선진 선거문화를 위해 선관위는 물론 정치권, 언론, 학계, 사회단체 등 모두 함께 참여하는 연구와 소통, 그리고 실천하는 유기적 시스템이 활발히 가동돼야 한다.
오는 6월 2일 시행하는 지방선거를 통해 선거문화가 보다 더 확실한 준법선거, 참여하는 선거, 바른 선택을 하는 선거로 자리 잡고, 확고한 선진 선거문화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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