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비리가 만연한다면 대다수 선량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부정부패의 벽에 정의가 가로막혀 좌절을 맛보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
또 신성하게 쓰여야 할 국민 혈세가 낭비될뿐더러 결국에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현재 토착비리 수사와 관련해 겪는 진통은 투명한 사회로 나가기 위한 산통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렇다면 투명한 사회 구현을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토착비리 입건자 가운데 대부분이 공무원인 점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관가(官家)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부실한 감사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올 초 전국 66개 지방자치단체 산하 농업기술센터 공무원 80여 명이 국책사업으로 농기계를 임대해 주는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수년간 불법이 자행됐음에도 각 지자체는 자체 감사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해 내지 못했다. 지자체의 부실한 감사 시스템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간혹 공무원 비위를 자체적으로 적발해 냈더라도 해당자를 징벌하는 징계위원회가 내부인들로 구성돼 있어 '솜방망이 처벌', '제 식구 감싸기' 등 행태가 빚어질 수 있다.
때문에 징계위원회 내 외부인사 영입, 시민감사 제도 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또 공무원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부패방지위원회 설립도 시급하다.
공무원 사회의 해묵은 관행도 문제다. 농기계 임대 비리에서 적발된 공무원 중 일부는 업체에 향응을 받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대전 모 구청 직원들도 행안부 규정에 맞지 않게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서류를 남기지 않았음에도 이런 행태가 오래 전부터 있어온 관행이라고 진술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직접 토착비리를 단속하는 수사당국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토착비리 수사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뒤 수사를 할 경우 실적 위주 수사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칫 토착비리 수사가 일부 권력층의 안정적인 권력 및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우려도 크다.
금홍섭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행정 당국의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확보하지 않는 것은 향후 토착비리를 더 많이 양산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지자체의 부패방지위원회 신설, 공무원 청렴교육 강화, 행정의 투명성 보완 등 각종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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