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왜, 무엇을 위해' 대구와 광주, 그리고 기타 지역에 연구개발특구 지정 가능성을 시사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과학기술 선진 국가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당장 특구 수를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허브로서 이미 설립된 대덕의 인프라를 확장해 이의 효과를 국가 전반에 확산시켜 나가는 전략이 먼저인가에 대한 답변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또한 지식경제부에서 이미 광주와 대구가 연구개발특구로서 조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하는 사전 평가결과가 나온 상황에 왜 갑자기 이 지역들이 특구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응답도 없다. 물론 특구법이 그 조건에 있어 모호한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비판도 있지만, 법 개정도 하기 전에, 느슨한 법적 조건에 억지로 꿰맞춰 제2·3의 특구지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논리를 펴면 특정 지역의 이기주의, 대덕연구개발특구는 국가가 운영하는 것 등의 논리를 펴면서, 방어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정부도 실망스럽다. 허브의 기능이 충족되고, 이를 중심으로 필요한 성장동력의 기반들을 확충해나가는 차원에서 전략적인 배치를 고민하기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이 선심성 특구지정을 시사한 최고 국정관리자의 결정은 너무나 우연적이고 갑작스럽다.
'효율성' 가치를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방만한 분산을 강조하고, 자원 분산이 필요한 사업, 예컨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집중을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비전과 효과 창출을 위해 정부가 그동안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했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원래는 정부가 2010년까지 총 6600억 원을 투자해 국가성장동력으로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육성하겠다고 계획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중기재정계획에 따라 5년 동안 지원금액이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2015년까지 입주기업 3000개, 기업매출 30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용도변경하고, 각종 지역에 기업유치 혜택을 주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대한 정부의 자기 부정적 대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 외에 다른 지역에 또 다른 특구 지정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 것인가, 그리고 무엇이 특별한가? 등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주, 대구 등 특구 지정 지역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고, 이미 지정된 대덕연구개발 특구를 중심으로 한 성장모델의 성패를 가늠하기 위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모델 자체가 성립되지 못한다면, 기타 지역에 구축되는 특구는 무엇이 다른 것인가, 결국 지역들은 제한된 기업들을 놓고, 연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해답 없는 갈등과 소모적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국가는 이러한 경쟁에 막대한 예산을 분배한다는 것이다.
국가적 발전자원을 전략적 목표에 따라 분산 배치하는 전략적 치밀함이 결여된 연구개발 특구 확대는 더는 특별하지도, 발전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결국 수십 년 후 대한민국의 성장모델은 무엇인가, 모든 지역들이 결국 특성적 발전을 포기하고, 오로지 제한되고 유사한 파이를 놓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퇴화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 성장모델인가라는 허탈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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