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바로 '로비'다.
중앙일보가 2월 11일자에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도요타는 워싱턴의 글로벌파크 그룹을 비롯해 워싱턴의 일류 로비회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쓴 로비자금이 410만 달러라고 한다. 올해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로비에 쓸 전망이며 직원과 딜러까지 로비전에 투입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이미 미국 전 지역의 공장에서 23명의 직원을 선발해 워싱턴으로 보냈으며 딜러 60명도 워싱턴으로 갔다고 한다. 미국 직접고용 3만 4000명, 하청업체 포함 16만 4000명이 도요타로 인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부각한다고 한다.
미국 ABC 방송에 의하면 최근 도요타 미국 자회사는 1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민주-공화 양당 주지사 협회에 기부 했다고 한다. 이러한 액수의 로비자금이 리콜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워싱턴으로 흘러들어갔으며 도요타는 단순한 로비만으로 사태의 핵심을 피해가려 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불법적 로비자금이 수백억씩 왔다갔다 한다고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우리 현실에 비춰 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도요타 정도의 규모에서 갖는 로비 자금치고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필자의 요지는 로비자금의 규모도, 로비를 했다는 부도덕성도 아니다. 필자가 안타까워하는 점은 바로 정도를 걸어 성공한 도요타, 일본의 장인정신에 부패가 끼어들어 이 원칙이 훼손됐다는 점이다.
도요타가 어떤 기업인가? 연필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을 들여 만들고 자그마한 부품 하나를 만들어도 목숨을 걸고 만든다는 '잇쇼켄메이'의 정신으로 세계정상에 선 기업이다. 싼 가격, 애프터 서비스, 안전성,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것은 고장이 안나는 자동차라는 것이 도요타의 명성이었다.
지금 도요타는 “한 기업이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는 워런 버핏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는 듯하다. 도요타는 정도를 걸었어야 했다. 제품의 질로 성장해 온 기업인 만큼 제품의 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로비 등의 외적인 해결방법 보다는 정공법으로 이를 해결했어야 했다. 제품을 회수하고 제품의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 이는 마치 암이 온몸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해 환자를 죽게 만든 의사나 다름이 없다.
도요타 사태를 보면, 우리 사회의 현실과 미래가 오버래핑이 되는 것은 필자의 기우일까.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원칙이 사라지고 술수만 난무하는 사회라는 것은 필자의 주관적 판단일까? 교육에서까지 본질이 사라진지 오래고, 입시를 위해서라면 학생도 학부모도 심지어 학교까지 나서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해도 용서받는 사회다.
윤리라는 과목이 천대받은지 꽤 오래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이 정당화되는 사회, 이익을 위해서라면 원칙을 버릴 수 있는 사회, 과연 그런 역사에 어떻게 그려져 왔으며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가 이루어지는 데는 몇 백년의 시간이 흐르지만 이것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몇 년의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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