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모 구청의 업무추진비 관련 수사는 그런 예에 속한다. 경찰은 혐의를 확신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무리한 수사라며 펄쩍 뛰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업무추진비와 관련한 문제는 내부적인 징계 사유는 될지라도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항변하고 있다.
해당 구청 노조위원장은 “영수증 없이 일 처리 한 것이 문제가 있으면 내부 징계 또는 시정할 일로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 수사대상이 아니다”며 “명백한 정황도 없이 한 달 가까이 공무원을 줄소환하는 탓에 행정업무 공백은 물론 공무원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경찰은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반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령인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지자체 세출집행기준에 업무추진비도 증빙서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해 놓은 점을 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전 모 구청에 이미 수년 전 내사 종결 처리된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경찰이 재차 요구한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의 한 직원은 “경찰이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관련 자료를 줬다”며 “수년 전 수사에서 공무원이 무혐의로 결론 낸 사안을 갖고 지금 다시 자료를 왜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경찰이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관공서를 헤집고 있는 이유는 지방경찰청별로 비교되는 토착비리 검거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경찰청은 토착비리 수사 착수 이후 정기적으로 지방청 지휘부를 모아 성과 보고를 받고 있다.
이때 실적이 저조한 지방청은 질책을 받기 마련이고, 이는 곧 일선 형사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실시한 1차 토착비리 수사 실적은 충남청이 28건 131명을 검거, 이 가운데 11명을 구속했고, 대전청은 같은 기간 10건 52명 검거, 3명을 구속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청 모 형사는 “수개월 동안 계속되는 토착비리와 관련해 주기적으로 첩보를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고 실제로도 사건을 해야 해 일선에서는 큰 부담을 갖고 있다”며 “지휘부도 여타 지방청과 비교해 저조한 실적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줄로 안다”고 토착비리와 관련한 조직 분위기를 귀띔했다.
일단 찔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수사가 남발되고 실적을 내고자 단속을 위한 단속이 진행될 수도 있는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자칫 선량한 피해자가 생겨나고 민생치안에 집중해야 할 경찰력을 낭비할 수도 있어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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