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현대미술관(LACMA)에서는 지역 내의 학교 및 공동체를 찾아가는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학생들이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미술관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미술관에서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학교로 '찾아가는' 것이다.
독일 ZKM과 오스트리아의 Ars Electronica와 함께 세계적인 미디어아트센터로 손꼽히는 일본 야마구치의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는 센터로 찾아오기 힘든 현(懸)내의 초등학교의 학생들을 위해서 Moblab(www.moblab.org)이라는 프로그램을 들고 교실로 찾아간다.
우리로 치면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 아이들에 최첨단의 미디어아트기관에서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과 기술 모두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에 심화되는 격차, 즉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공동체 내의 모든 이들에게 충분히 센터의 프로그램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공미술관으로서의 반드시 해야 하는 '사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교, 병원, 복지시설, 기업체 등 지역 내의 공동체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아웃리치 프로그램(Outreach Program)이라고 하는데, 전시와 교육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등의 '찾아가는 미술관'을 비롯해, 2009년 23개의 사립미술관에서 진행한 '미술관 아웃리치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YCAM의 직원들처럼, 지역 내 유일한 시립미술관이자 공립미술관인 대전시립미술관도 어떻게 하면 모든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을까를 곰곰이 고민해왔다.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을 특정 지역의 학교와 어린이들이 주로 참여하고, 전시에도 일부 지역의 관람객들만이 참여한다면 진정한 '대전시립미술관'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열린 미술관'은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정부대전청사 직원들을 위해 청사 내 중앙홀에서 개최한 '계룡산과 충청의 산하'를 시작으로, 미술관과의 거리 및 건강상의 이유로 전시 관람이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건양대 병원의 '미술관 소장품전', 서구에 위치한 시립미술관과 반대편에 있는 한밭도서관 내 전시실을 이용한 '호주 원주민 회화전'과 '생활 속 미술 미술 속 생활', 미술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출퇴근길에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한 '화려한 외출(중앙로 지하상가)' 등을 통해 작품과 함께 관람객 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시도해왔다. 작품을 훼손시키지 않으며 평소에 미술을 접할 기회가 부족하거나 차단된 공동체 구성원에게 문화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비영리 공간이 대상이 된다.
TV나 영화관에 비해 미술관은 엘리트적인 공간이라는 편견이 많지만, 사실 미술관은 유럽에서 혁명의 산물 중 하나였다. 왕이나 귀족 등 특정한 계층에게 국한되었던 문화적 혜택을 '모든 시민에게' 주기 위해 왕궁과 대저택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던 미술품을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미술관이 공공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은 그러한 책임과 사명을 위임받은 것인 만큼, 반대로 공동체의 권리로 요구할 수 있다.
루이스 멈포드는 “예술의 반대는 무신경, 몰개성, 창조성의 결여, 공허한 반복, 무의미한 생활관습이며, 벙어리 같고, 무표정하고, 무질서하고, 실감 없고, 무의미한 삶”이라 말했다. 2010년, 올해에도 대전시립미술관은 자신의 감성에, 일상의 공간에, 표정과 질서, 실감과 의미를 불어넣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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