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는 손을 놓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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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넘는 손을 놓아두자

■ 박재홍의 문화의 창

  • 승인 2010-03-16 14:14
  • 신문게재 2010-03-17 10면
  • 박재홍 시인ㆍ갤러리 예향 관장박재홍 시인ㆍ갤러리 예향 관장
이스라엘은 추수 절기가 되면 부러 낱알을 넉넉하게 흘린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주린 자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이 든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은 쇠락해 가던 뮤지컬을 새롭게 일으켜 세웠을 뿐만 아니라 영국이라는 나라를 일약 브랜드적 가치로 따지자면 헤아릴 수 없는 국부를 창출한 문화 벤처로 성공 사례라는 것을 알 뿐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62)를 아는 이는 몇 안 된다. 천박한 쇼 비즈니스에 불과하던 뮤지컬은 그에 의해 당당한 예술로 승화했다. 오페라 유령은 전 세계 150개 도시 공연, 1억 명 관람, 50억 달러 매출 등의 기록을 갖고 있는, 뮤지컬 역사상 최고 흥행작이다.

그는 또한 탁월한 경영자다. 30대 초반에 RUG(Really Useful Group)란 회사를 설립했다. 런던에 앉아 전 세계 수천 명의 직원을 관리하며 음반 프로듀싱, 할리우드 영화화까지 총지휘한다. 9개 극장을 소유한 그의 재산은 6억 파운드(약 1조2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술과 경영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물음에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지금 대전의 문화예술이 벤치마킹을 해야 될 대목이라고 생각이 든다. 대전문화재단의 공고문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았다.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당연하다. 지양하는 점이 단순히 작가에게 공간 제시기능으로서만 있는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통해 프로그램 활성화 측면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한다. 좋은 발상이고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두 번째 추진 배경을 보면 큐레이터 등 기획자, 입주 작가 교류 및 커뮤니티 연계 등 프로그램 활성화 지원 필요를 위해 추진되었다고 한다. 당연하다. 하지만 기획자를 통한 입주 작가 작품의 연중 상설전시와 체계적 관리, 지역 미술애호가와의 커뮤니티 구축 등을 통한 지명도 있는 작가로 육성한다는 측면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고개를 갸웃거릴게 뻔하다.

작품의 수준이 높고 상업적 퀄리티가 있다면 지명도는 저절로 생긴다. 자신의 지명도를 위해 그리고 있는 작가는 몇이나 될까? 판매를 위해 일 년 내내 한 작가의 작품을 상설전시 한다는 것도 애매하다. 뿐 만 아니라 지역 미술애호가와 커뮤니티 구축은 세미나와 공청회 신청서를 통해 이미 대전 문화재단 자료실에 다 있지 않나 싶다.

얼마 전에 지역의 한 작가를 만났다. 칸딘스키를 좋아하는 작가로 유화 물감도 형편이 안 되어 못 사고 자신이 간판을 그리는 간판 쟁이 이기에 페인트를 주재료로 쓴다고 한다. 자신은 배움이 짧기에 칸딘스키 전기를 외울 정도로 노력을 했단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싶다고 완곡하게 말씀드려 작품 도록을 보게 되었고 아둔한 필자의 눈에 치고 들어오는 그의 작품은 유화보다도 좋고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겸손과 미덕은 선생의 후광보다 크고 노력은 인생의 족적이라 아름답다고 지금도 필자는 생각한다.

가득이나 사회 전반적으로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어느 단체에 보조금 지금 내용에 대한 조건을 걸어 시끄러운 판에 창작활동 계획서나 작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기 전에 학력과 활동경력서를 적으란 다면 자율성과 창의성 시대 흐름에 학연지연 따지는 것과 같아 맞지 않고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대한 공신력에 제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작품은 참으로 심심하고 호기심에서 비롯되어야 하고 작품 하나가 국가의 브랜드를 좌우 할 테니까.

대전문화재단 대표의 족적을 보면 신의를 바탕으로 하는 덕장으로 알고 있다. 직원들의 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배려하고 창의성을 높이 치는 정말이지 대전지역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대한 노력으로 심혈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중앙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이해나 전반적인 대전 문화재단의 정책팀들의 구상 자체가 열린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적 프로그램을 유치하고자 한다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조금 더 소프트하고 조금 더 지역 실정과 맞게 배려할 작가들에게 힘들지 않고 심심해서 호기심이 들어서 그 예술과 문화의 방대한 세계의 한 귀퉁이를 허무는 지역 작가의 육성의 모토에 부합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슬며시 인생을 다해 그려온 그림 한 점 들고 대전문화재단 문턱을 넘어 세상을 놀랠 작품의 화가와 기획안을 기획자와 자신의 사재를 털어 내어 놓을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기를 바란다. 살짝 경계를 허무는 담장을 넘는 손이 있어도 그러한 희망이 있는 자를 보듬는 대전문화재단의 행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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