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훈 특허청 기계금속건설심사국장 |
세계 최고의 품질을 앞세운 도요타 자동차는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카 시장에서 전 세계시장의 70%를 석권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특허로 진입장벽을 구축해 후발업체인 GM과 현대자동차가 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도요타 웨이(Toyota Way)로 상징되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금단의 제국'으로 생각되었던 도요타의 아성은 이번 리콜 사태로 순식간에 금이 가고 있다. 소비자로부터 품질신뢰성을 크게 잃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와 가장 차별화된 주무기라고 자랑해 온 첨단 차량전자제어기술 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자동차왕국 도요타를 있게 한 바로 그 최첨단 차량전자제어기술이 이제는 양날의 칼이 되어 도요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무라경제연구소는 2002년 자동차 부품의 25%에 불과했던 전자장비가 올해는 35%, 2014년에는 4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주요 자동차 업계들이 고효율·친환경 신기술 적용시 전자부품 장착을 늘려오면서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 추세가 일반화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급발진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항공기 이착륙시 탑승객들에게 전자장치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같이 자동차의 전자장치에서 나오는 전파가 차량 부품의 오작동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사상누각이란 말이 있듯이 모래 위에 쌓은 집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차량의 전장화(電裝化)가 대세이므로 각종 편의장치를 전장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신기술 개발에 골몰하다 보면 가장 기본적인 '안전'과 '품질'을 소홀히 하기 쉽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안전'과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도요타의 리콜사태가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업계도 품질 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 이제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것을 축적해 나가는 아날로그적 사고가 디지털적 사고와 융합된 '디지로그(digilog·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특허를 심층분석해 미래 최강의 지재권 포트폴리오를 도출하고 R&D전략을 제시하는 특허청의 지재권획득전략사업은 디지로그적 사업의 대표주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항상 위기는 기회와 공존한다. 지금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10년 후에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전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특허청의 지원 아래 자동차 분야에 대한 지재권 포트폴리오 설계 및 R&D전략 수립을 위해 지재권획득전략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지재권획득전략사업을 통해서 수립된 R&D전략에 따라 착실히 지재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원천특허의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확보된 핵심·원천특허를 창과 방패 삼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한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도요타와 GM을 넘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할 날도 멀지않으리라 생각된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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