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오늘 입학식 다녀왔어요?”
▲ 인경숙 공주사대부고 교사 |
혜화가 집에서 소일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과 TV시청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홈피도 개설했지만 내용기록도 방문자 수도 거의 없는 빈 방이었다. 장애학생은 장애로 인한 반복된 실패와 성취감 부족으로 무기력한 생활태도를 보이곤 한다. 혜화도 그렇게 몸으로도 맘으로도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다.
요즘 개그프로에서는 '일등만 알아주는 세상'이라며 사회에 대해 일갈한다. 장애인도 '슈퍼장애인'이 돼야 주목과 인정을 받는다. 큰 장애에 큰 업적을 이뤄야 그들을 위한 복지정책이나 지원 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태도다. 정책에 따른 지원의 결과를 묻는 태도일 것이다. 성급하다고 할 만하거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지원의 결과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장애극복은 결손기능의 부활이기보다 남겨진 신체기능의 활용력에 있다. 그 남은 잠재력의 개발을 위해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한 번 이라도'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갑작스런 장애로 절망에 빠진 이상묵 교수도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교육공학보조도구였다고 했다. 신체기능의 결손으로 머물러 있던 것이 그를 바라본 이들의 바른 지원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감, 성취감이 다시 그를 서게 한 것이라고 본다.
혜화에게도 그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작고 단순한 '좋음'이 주는 기쁨을 위해 다양한 시간 활용과 정신활동거리를 찾아주었다. 이쁜 것 찾아다니며 어슬렁거리는 윈도 쇼핑, 맛있는 음식 먹어보기, 다양한 공연 가보기, 재밌게 읽을 거리 등을 주었다. 혜화는 그 경험들을 좋아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해보기가 쉽지는 않았다. 휠체어 이동도 어려웠고 책장을 넘기는 것도 어려웠다. 특수교육보조원을 활용해 책장을 넘겨주도록 했다. 또한 전자도서 사이트를 활용했다. 권장도서만 읽지는 않았다. 십대 연애소설만 읽으려고도 했다. 그냥 혜화의 감각이 가는대로 두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뢰이기도 했다.
그런 혜화에게 넌지시 '쓰라'는 주문을 넣었다. 사람들이 채 알아듣지 못한 말들, 더 하고 싶었던 말을 쓰라고 했다. 혜화는 헤드스틱을 사용해 느리지만 잘 썼다. 숨김없이…. 그것은 삶의 이정표를 찾아 예매창구를 기웃거리며 머무르던 모습에서 창구에 서서 당당히 '표 주세요' 하는 모습이었다. 혜화는 낱글자들을 모아 원고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은 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 사람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그 욕구를 읽으며 그 욕구의 분출을 바르게 돕는 것. 그러나 자칫 지금의 교육은 대상을 바라보는 묵은 시간의 경과 없이 만들어진 '사람'을 세워놓고 골라 잡으라는 쇼핑식 교육이 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혜화는 어려웠지만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듯 혜화에게 적합한 대학에 입학했다. 작가의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회에서 행복해 하는 구성원이 한 사람 늘어났다는 것에 교사로서 기쁘다. 그것은 복지정책의 정직한 실천과 이에 따른 실질적인 지원에서 얻은 열매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혜화는 주변인에게 바른 '주목'을 받은 것이다. 장애인이 아닌 자연인 혜화의 감각이, 욕구가 세상에 들켜버린 것이다.
특수교사로서 장애학생들이 지금 모습으로 행복감을 맛보게 하고 싶다. 너무 애쓰지는 마라, 지금 '이대로'에서 일단 행복해 해보자….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기쁨, 환희와의 접속이 그들을 스스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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