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조각가이자 시인인 정상기의 행복과 즐거움, 보고픔과 애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에 망치질, 끌질 속에서 자신의 작업 일지를 쓰듯 나무 작업에 얽힌 자신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순간의 떨림과 같은 미묘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다.
그는 주어진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길,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을 열심히 살다가 그 다음 일들은 다음 시간에 넘겨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이다. 일상의 노동과 반복의 시간들을 숨 쉬고 있는 나무와 함께 고집스럽게 사각에 담고 있으며, 지금은 목재 조각가로, 영원히 살아 있는 소재라 주장하는 나무작업과 글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시디안/정상기 지음/160쪽/1만2000원. /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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