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정 한밭도서관 사서 |
산책길 차가운 손을 호호불며 들어선 분식집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눈에 들어온 책 한권, 지난해 5월 작고한 서강대 장영희교수의 에세이집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제목이 가슴 깊은 곳에 와 꽃힌다.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를 보며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하겠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살아봐'라고 커다란 눈의 장영희 교수가 웃으며 말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책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41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저자는 우울해지기 쉬운 소재들을 긍정적인 유머와 위트로 밝게 바꾸어놓는 여유를 보여준다. 아픔을 당당하게 극복할 줄 아는 삶의 자세에서 우리는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그녀, 장영희 교수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몇몇 희망메시지를 함께 나누어 보자.
다시 시작하기
오래전 나는 정말 뼈아프게 '다시 시작하기'의 교훈을 배웠고, 그 경험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이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서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 넘어져서 주저앉기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웠다.
돈이냐 사랑이냐
돈과 사랑, 둘 다 있으면 좋겠지만 내 경험으로 보아 인생은 '이것 아니면 저것'의 선택일 뿐 결코 '둘 다'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있는가이지,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언제나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돈 때문에 지금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먼 훗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살아 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 보니까 정말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다.
괜찮아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 '괜찮아'는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이다. “나는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며 마지막까지 전하려 했던 희망의 말. 그녀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위대한 희망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주었고, 스스로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그녀! 이제 우리는 그녀, 장영희 교수가 '살아온 기적'을 우리가 '살아갈 기적'으로 바꿀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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