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연루 수두룩… 해묵은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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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연루 수두룩… 해묵은 고질병

<토착비리 수사, 클린사회 디딤돌돼야> 1. 토착비리 갈수록 조직화·대형화

  • 승인 2010-03-15 17:33
  • 신문게재 2010-03-16 1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글 싣는 순서>
 ①토착비리 갈수록 조직화, 대형화
 ②실적위주, 단속 위한 단속은 안 된다.
 ③투명한 사회 구현을 위한 과제


경찰의 토착비리 사정 칼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토착비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척결 의지에 전국 각지가 시끌벅적하다. 그 결과 속속 드러나는 공무원의 비위 행각은 국민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무리한 수사, 찔러보기 수사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본보는 토착비리 중간점검 차원에서 수사 배경 및 현황, 이에 따른 부작용,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05년 9월, 대전이 발칵 뒤집혔다. 대전시 공무원이 건설업체로부터 수년간 억대의 뇌물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급공사 감독을 완화해달라는 청탁으로 뇌물이 오간 이유였다.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간 금품 수수는 물론 골프 접대 등 부적절한 먹이사슬이 밝혀졌다. 6급 공무원이 구속됐고 뇌물을 준 업체 관계자 2명도 사법처리 됐다. 또 이 사건을 둘러싸고 공무원 1명이 자살하고 당시 시장이 나서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이 사건은 최근 사정당국이 척결의지를 밝히고 있는 '토착비리'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토착비리는 특정지역에 뿌리를 내린 자들이 각종 이권개입 등 범죄에 연루됐을 경우를 총칭한다. 이 용어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토착비리를 엄단할 것”을 주문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대전 및 충남경찰청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토착비리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사정 칼날을 곧추세우고 있다.

대전시 건설비리 이후 4년여가 흐른 2010년. 토착비리가 종종 적발되기는 마찬가지지만 과거와는 판이한 양상이다. 경찰은 토착비리가 갈수록 조직화, 대형화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극히 일부의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될 뿐 특정 사건에 공무원이 대거 연루되는 경우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조직 구성원 다수가 한꺼번에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실제 홍성군청 공무원 100여 명은 사무용품을 사들인 것처럼 공문서를 허위로 꾸미는 수법으로 수억 여 원을 빼돌렸다가 발각됐다. 이에 연루된 공무원 5명이 파면 또는 해임됐으며 징계를 받은 공무원만 수십 명에 달한다.

대전 모 구청도 업무추진비 지출과정에서 증빙서류를 갖추지 않는 등 부적절하게 쓴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지금까지 소환된 직원만 수십여 명에 달해 조직 전반에 걸쳐 만연한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의료계 리베이트 파문과 농기계 임대사업 비리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토착비리가 갈수록 대형화, 조직화 되는 것은 20년에 가까운 민선 시대를 거치는 동안 '정치인'인 단체장의 선심성 행정의 부작용,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중앙정부의 지자체 관리·감독 및 내부 감사 기능의 약화 등이 주된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문창기 대전참여연대 기획국장은 “각종 사건이 지금에 와서야 드러나지만 이는 아쉽게도 과거 토착비리에 대해 수사당국이 발본색원 하지 못하고 꼬리자르기 식으로 몇몇만 입건하고 나머지는 그냥 넘어갔던 것이 화근이 됐다”며 “토착비리를 근절하려면 내부 감사기능을 강화하고 시민 감사제 등 외부 감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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